[통일농업] 북한의 최근 식량사정이 궁금한가

  • 입력 2015.03.07 12:40
  • 수정 2016.07.25 21:14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시작되면서 남북관계는 과거 냉전 시대와 같은 적대적 대결관계로 되돌아갔다. 화해협력을 위한 다양한 교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북한 관련 정보는 정부가 독점하게 되었고,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점차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한 세간의 인식도 그 당시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당시 북한의 식량생산량은 대략 450만 톤 정도였다. 소위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1990년대 중후반에 비해 생산이 크게 증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약 70〜80만 톤 정도의 식량이 부족해 남한으로부터 제공되는 쌀 차관과 국제기구의 지원 등으로 우선 충당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것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으로부터 수입해 조달했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2008년부터 남한은 북한에 대한 쌀 제공과 비료 지원을 완전히 중단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가 더욱 강화돼 국제기구의 식량지원도 그 이전에 비해 현저히 감소했다. 이 때문에 2008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의 식량사정은 그 이전에 비해 더 나빠진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혹은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더 좋아지지도 않았을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러나 유엔(UN)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사정은 그동안 완만하지만 지속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UN은 1996년부터 산하기구인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및 농업개발지원을 해 오고 있으며, 북한의 식량생산량 통계조사를 북한 당국과 함께 진행해 왔다. 이 때문에 이 기구들이 발표하는 공식 보고서가 북한의 식량사정을 알려주는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도 높은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가 2013년 11월에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특별보고서와 2015년 2월에 발표한 북한의 식량수급 전망 보고서는 최근 2년간 북한의 식량사정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위 보고서에 의하면 작년 북한의 식량 생산공급량은 약 503만 톤, 식량 소비수요량은 약 537만 톤으로 식량자급률은 약 93.7%이고, 자급하지 못하는 부족량은 약 34만 톤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생산공급이 약 508만 톤, 소비수요가 약 548만 톤으로 자급률이 약 92.7%이며, 식량부족량은 약 40만 톤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2년간 북한의 식량자급률이 약 92〜93% 수준에 이를 정도로 개선된 것이다.

한편, 위 보고서들은 최근 몇 년간 북한이 매년 약 25〜30만 톤에 달하는 식량을 수입했고, 이외에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연간 약 10만 톤 정도의 식량지원을 받은 것으로 발표했다. 이와 같은 식량 수입과 지원에다 종전의 비축량 등을 통해 북한이 부족한 식량을 충당해다는 것이다.

유엔의 보고서들은 최근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우리에게 개략적이지만 전반적인 내용들을 알려주고 있다. 2008년 정도의 북한 식량사정에 머물러 있던 우리의 인식을 가장 최근의 식량사정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넓혀주었다. 그동안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우리의 관심도 조금은 멀어졌던 한반도 북쪽의 농업과 식량에 대해 다시 한 번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북한의 식량사정은 지속적으로 개선돼 왔던 것이다.

서로간의 교류가 단절되었던 그 시간 동안 북한 농업에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비록 성급한 판단일 수는 있겠지만 최근 몇 년간의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북한이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실화되는 순간도 도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와는 다르게 변화된 상황에서 갈라진 반쪽의 두 농업을 하나로 잇는데 필요한 노력이나 과제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