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농협은 어떤 농협인가

‘내 조합’·‘우리 조합’은 조합원으로부터

  • 입력 2015.03.01 18:32
  • 수정 2015.03.01 18:33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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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전빛이라 기자]

좋은 농협 만들기는 “좋은 농협은 어떤 농협인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시작한다. 농협이 더 이상 농민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지금, 3월 11일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이 물음은 농촌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좋은 농협’은 협동조합 기본 정신에 따라 조합원이 주인 되는 농협이다. 농민 조합원이 주인 되면, 이들을 위한 구매사업·판매사업 등 경제사업도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해답이 나와 있음에도 왜 좋은 농협에 대한 물음은 끊이지 않을까. 무엇이 문제인가. 대체 좋은 농협은 어떤 농협을 말하는가.

은퇴농, 무자격조합원이 주인 ‘행세’

“이제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한테 잘해주는 놈이 최고지….” 조합장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현재 농촌지역에서 공공연히 나오는 말이다. 농민조합원이 조합의 주인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농촌의 고령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상 경제조직인 농협과 이해관계가 없는 은퇴농들이 조합원의 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이같은 말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과거 활발한 경제 활동으로 지역농협에 큰 기여를 해온 은퇴농은 조합원 정리 대상으로 삼기에도 애매해 대부분의 조합들이 이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은퇴농들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는 조합장들이 있다. 우리나라 농촌의 고령농 대부분은 절대빈곤에 처해있는데, 다수가 독거노인이거나 차상위계층이다. 금전에 약하고, 인정에는 더욱 약하다.

현직 조합장들은 이들 가운데 일부를 선발해 특별 관리하며 표심을 잡는다. 경제사업은 생색내기용으로만 내세우고 밥 한 끼, 따뜻한 인사 한 번으로 다수의 표를 획득할 수 있는 셈이다.

품목농협의 경우 무자격조합원들이 주인행세를 하며 현직 조합장들이 장기집권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농업에 종사하지 않아 농민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이들은 대부분 과거 조합장에 의해, 또는 조합장이 되기 위해 동원된 인원인 경우가 상당수다. 그러다보니 조합 운영과는 관련도 없고, 관심도 없다. 조합에 대한 불만 자체가 없는 것이다. 조합장이 사소한 부분에만 신경을 써도 운영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런 그들에 의해 조합장이 선출된다.

무자격조합원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날이 갈수록 농업 규모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현실 속에 축협의 경우 최소 1,000명의 조합원이 있어야 유지가 가능하다보니 의도적으로 무자격조합원들을 정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권 경북 의성 한우협회 회장은 “조합은 그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가 중요한데, 단지 규모로 조합의 존폐를 가르는 것부터가 맞지 않다”며 “그러다보니 무자격조합원들까지 그냥저냥 끌고 가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또 “경제사업체인 농협은 경제사업 주체들이 남아, 그 수익을 나눠야 하는데 지금은 은퇴농과 무자격조합원들이 주류가 돼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 개탄스럽다”며 비판했다.

실제 의성축협의 경우 무자격조합원 수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회장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920명의 조합원 가운데 50%에 가까운 수가 무자격조합원으로 나타났다. 현재 축산을 하고 있는 농가에는 a, 최근 폐업한 농가는 b를, 한 번도 축산을 한 적이 없거나 떠난 지 오래된 농가는 c로 분류한 결과 c의 비율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44명의 조합원이 있는 특정 면의 경우 30명이 c로 분류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김 회장은 “1,920명 가운데 3분의2 정도만 분류한 상태인데도 이렇다”며 “조합은 무자격조합원들에게 1년 이내에 축산 재개 각서를 받으면 자격을 유지시켜주고 있는데, 선거를 앞두고 유지시키면 뭐하느냐”며 꼬집었다. 이어 “실제 조합이 각서를 받았다는 농민에게 물어보면 써준 적이 없다고 하고, 조합에서는 각서를 받았다고 하는 형국이다. 무자격조합원들의 허술한 관리가 여기서 드러난다”며 혀를 찼다.

유명무실 ‘대의원’, 선출은 나이순

은퇴농과 무자격조합원이 현재 조합의 문제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조합은 이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은 대의원회의 몫이다. 그런데 대의원들의 자질부터 의심을 사고 있다. 보통 영농회 또는 읍면별로 조합원이 대의원을 직선으로 뽑는다. 부락 단위로 지역농협이 있는 농촌지역에는 아직도 장유유서가 뚜렷해서일까. 친인척이 얽혀 있으니 나이순으로 돌아가며 추대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대의원이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 회장은 “조합 자체가 농민 조합원, 즉 자신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인의식이 결여 돼 있는 모습”이라며 “이들은 조합측에서 선발 됐지 조합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에 임기 중에 조합원을 위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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