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조합원이 주인인 적은 없었다

경제 발전 명목으로 정부 주도 하향식 구조 설립, 중앙회 독점권한은 비대 … 조합원 자율성은 약화

  • 입력 2015.03.01 12:09
  • 수정 2015.03.01 12:20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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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정신문 박선민 기자]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약자들이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사회정치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협동으로 운영하는 자조 조직이다. 이로 미루어볼 때 농협은 무엇보다 농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협은 역사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정부는 경제 성장을 목적으로 농협을 관 조직처럼 다루면서 조합원이 권리를 실현하지 못했다. 이후 조합장 직선제 등이 도입되면서 제도는 민주적으로 변해왔지만, 내부는 여전히 조합원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회는 비대화되어 점점 더 임직원들의 농협으로 굳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탄생부터 현재까지 조합원이 한 번도 조합의 주인이 되지 못했던 농협의 흑역사를 살펴본다.

아래로부터의 농협 vs 위로부터의 농협

광복 직후 농업협동조합의 설립과 관련법 제정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무엇보다 농민 스스로 조합을 설립하려는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이 대규모로 진행됐다. 정부도 농민이 스스로 자조적 협동조직을 만들도록 추진했다. 1952년 당시 신중목 농림부 장관은 농촌청장년을 선발해 농협지도자를 육성하고, 사단법인 농촌실행협동조합을 설립한 후 이들을 지역으로 파견했다.

그러나 협동조합 조직 방법을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협동조합 설립이 아래로부터 자생적이어야 하는지, 입법을 전제로 한 법적 조직이어야 하는지 흐름이 대립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승만 정권은 아래로부터 움직임을 무시하고 별도의 조직을 설립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태동부터 농협은 조합의 기본가치를 무시한 셈이다. 정부는 우선 농업자금 공급을 명목으로 농업은행 발족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1956년 주식회사 농업은행이 설립됐다.
 

농협 개혁 요구 빗발치지만 … 번번이 실패

농협은 1961년 군사 정권에 들어 격동을 맞는다. 기존의 농협법과 농업은행법을 폐기하고 새로운 농업협동조합법을 공포함에 따라 현재와 같은 종합농협이 출범한다. 문제는 통합된 농협 역시 정부주도의 하향식 조직이었다는 점과 조합원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강제적 통합이었다는 점이다. 당시의 경제개발 논리에 따라 농협 역시 조합원의 참여를 보장하지 못하고 사업의 양적 성장만 강조하게 된다. 또 농협중앙회장과 시군조합장을 정부에서 임명하는 등 비정상적인 구조가 형성돼 통합농협도 협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부정하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게 됐다.

농민들은 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농협 개혁을 주장하게 된다. 그중 대표적 성과가 직선제 도입이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 바람에 힘입어 농민단체들 사이에서 정부가 임명해온 농협의 단위조합장을 다시 농민들의 손으로 뽑게 하자는 ‘직선제’ 요구가 빗발친다. 이에 1988년 농협법 개정이 되고 1989년 드디어 단위조합장 직선제가 실시된다.

1993년 문민정부는 농민을 위한 조합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94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농어촌발전위원회를 설치했다. 농업계는 신경분리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농협중앙회의 거센 저항과 정부의 묵인 속에서 끝내 분리에 실패한다.

1998년 국민의 정부 또한 IMF 속에서 조합 구조개혁을 단행하고자 농·축협 등 협동조합 개혁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했다. 2000년 농업협동조합법을 제정해 농협중앙회, 축협중앙회, 인삼협중앙회를 통합해 하나의 농협으로 출범시켰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강제 통합은 조합의 자주성을 지키진 못했다.
 

중앙회 독점에 조합원은 약화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도 위기를 겪게 되자, 농협 내에서 금융지주회사 형식의 신용사업 분리 움직임이 대두됐다. 외부적으로도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에만 몰두하고 조합의 경제적 목표와 본질에서 멀어진다는 비판이 대두됐다. 이에 농민들은 중앙회의 독점적 구조를 분산시켜 비사업 기능, 경제사업, 신용사업으로 분리하는 연합회 방식을 주장했으나 정부와 농협은 농협중앙회의 독점적 권한을 그대로 두는 방식을 택했다.

결국 2011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로 중앙회 사업구조의 토대를 마련한 농협법이 개정됐다. 중앙회라는 대지주가 탄생한 셈이다. 농협중앙회의 경영진들의 지배력은 공고해지고 회원조합과 조합원의 사업에 대한 민주적 통제력은 약화됐다. 지주회사로 변한 농협중앙회가 과연 농민 조합원들을 위해서 일할 것인가는 의문으로 남는다. 어떻게 하면 농협중앙회가 협동조합 정신에 맞게, 조합원의 농협으로 운영될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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