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구성원의 역할 - 조합장]
고민하고 봉사하는 조합장이 좋은 농협 만든다

의지 관철 위한 직원 장악도 중요

  • 입력 2015.02.28 23:33
  • 수정 2015.11.08 00:0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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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 3.11 농협 조합장 선거의 공식 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노종진(왼쪽) 전 화순군농민회 회장이 전남 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조합의 대표이자 경영상 최고 책임자는 두말 할 것 없이 조합장이다. 조합장은 조합 활동의 큰 줄기를 이끌어 나가며 경우에 따라서는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기도 한다. 3·11 조합장 동시선거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농협의 역할에 대한 조합장의 고민과 봉사 의지가 있지 않고서는 조합의 기능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지역농협의 모범적 모델로 꼽히는 괴산 불정농협(조합장 남무현)에는 ‘5원칙’이 있다. 남 조합장이 조합원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이를 준비하면서 다섯 가지 원칙을 세운 것으로, 조합 운영에 기본적인 지표가 되고 있다.

제1원칙 ‘지역농업 재편’은 농업구조와 조합원 소득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에서 출발했다. 3년마다 농업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밭작물 논재배, 2기작 등의 실현으로 지역 농업구조를 특화시키며 농협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제2원칙 ‘투명한 경영’은 단돈 3만원의 지출까지 조합원에게 공개해 조합원의 신뢰도를 회복하고 주인의식을 강화했다.

제3원칙 ‘조합원의 사업참여’와 제4원칙 ‘민주적 운영’은 조합의 운영주체를 임직원에서 조합원으로 전환시켰다. 대의원총회에서 임직원의 발언을 제한하면서 자연히 대의원들의 역할이 커졌으며, 조합원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여기에 더해 제5원칙 ‘무한봉사’에서는 은퇴농 농지 대리경작 등 조합원에 대한 복지까지 고려했다. 불정농협의 5원칙은 농협의 역할과 의미에 관한 조합장의 고민이 농협의 기능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조합장이 올곧은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뜻대로 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비리 척결을 내세웠던 김순재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은 법인카드로 700만원 상당의 개인구매를 한 간부직원을 징계하는 데 해당직원의 징계위원회 소집 방해와 해직처분 무효소송 등으로 38개월을 소진했다.

명백한 부정을 저지른 직원이 이처럼 강한 저항을 한 것은 직원사회에 만연한 그릇된 풍조와 더불어 조합장 직원장악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김 조합장은 “판결이 잘 나와서 다행이지만 징계를 하면서도 법원 판결에 무기력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징계 주체자의 마음을 오랜 시간 억눌렀다”고 회상했다. 구조와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많은 조합에서 기득권층을 이루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조합장의 장악력 제고도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조합의 가치는 조합장의 역할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소위 모범 조합장으로 꼽히는 이들은 입을 모아 조합장의 헌신적 태도를 강조한다. 남무현 조합장은 “조합장직은 경영자 입장에서 수행해선 안된다. 활동가 입장에서 하는 게 맞다. 본인이 갖고 있는 것까지 포기하면서 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순재 조합장 또한 “조합장은 권한있는 자리가 아니다. 지역에 봉사하고 헌신해야 하는 자리다. 퇴임할 때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를 늘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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