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공판매 활성화, 시설기준 완화만으론 부족

‘가공시설 완화’ 조례 점차 확대 … 26개 시·군 제정
공용 가공시설 지원 방안 필요 … 위생 교육 역점도

  • 입력 2015.02.13 13:51
  • 수정 2015.02.15 21:5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가소득을 높이는 방안 중 하나로 농식품 제조·가공 활성화 카드를 꺼내들면서, 농산물 가공시설 기준을 완화하는 표준조례안을 만들어 각 지자체에 조례 제정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부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한 활성화 대책이 더 확충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 전북 정읍에서 콩농사를 짓는 김순자씨(오른쪽)가 만든 메주를 보며 박연희 전 정읍시의원은 전북도 차원의 소규모 농가공 지원 조례가 현실적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식품위생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농식품분야 제조·가공 시설기준 특례 적용을 확산코자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 등 관계기관과 전문가 협의를 거쳐 지자체들이 보다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표준조례·규칙을 마련했다.

식품위생법에서 허용하는 농산물 가공 시설특례의 핵심은 농민과 생산자 단체가 국내산 농수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해 식품을 제조·가공할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이 조례 또는 규칙으로 식품위생법상 시설기준을 따로 정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특례를 적용해 조례를 제정하는 실적이 높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농업과 식품분야 각각의 전문성을 소화시키기 어렵다는 각 시군 담당부서의 민원을 고려해, 식약처, 농진청 등과 공동으로 표준 조례·규칙(안)까지 마련하면서 지역의 농산물 가공 활성화에 두 팔을 걷어 부쳤다. 여기엔 이동필 장관이 주력하는 ‘농업의 6차산업화’가 연결돼 있다.

농식품부가 내놓은 표준 조례·규칙은 농민들의 가공이 수확기, 농한기 등 특정 시기에 작업이 집중되며 소규모라는 점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가공시설 조례도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제정토록 했다. 이를테면 작업장과 기타용도의 공간을 엄격히 분리하던 것을 작업장과 농산물 보관장소를 겸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거나, 반드시 내수성 재질을 사용하라던 바닥재를 작업 특성을 반영해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 수돗물과 지하수 외에 식수용 탱크도 활용이 가능하며, 취수원과 오염원간 20m 이상 거리제한 규정을 삭제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 말부터 10월 초, 권역별 지자체 식품담당 공무원 설명회를 개최하고, 특례조례·규칙 제정 협조를 요청하는 농식품부 장관 서한을 200여개 시군에 발송하는 등 소규모 농산물 가공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기준 10개 시군에서 조례가 제정돼 있던 상황은 1월 현재 26개 시군으로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 분류해 보면 ▲부산 기장 ▲경기 남양주, 안성, 김포 ▲강원 원주, 인제, 영월 ▲충북 제천, 단양, 음성 ▲충남 공주, 부여 ▲전북 무주 ▲전남 곡성, 구례, 보성, 함평, 장성, 강진, 나주, 해남 ▲경북 문경, 봉화 ▲ 경남 진주, 사천, 합천 등이다.

하지만 현장은 ‘소규모’ ‘부업적’ 성격에 더욱 주안점을 두라는 주문이다.

농가 가공시설 기준을 완화하고는 있지만, 아무리 못 들여도 수천만원의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농한기 부업을 위해 투자할 여건은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조례가 제정돼 있는 진주의 경우도 애로사항은 있다.

소희주 들꽃여성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진주는 지난 2013년 12월 농가 소규모 식품가공사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조례가 제정됐다. 여성농민들이 스스로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면서도 “조합원 대상 판매는 허용되지만, 이를 광범위한 소비층으로 확대하는 데는 여전히 제약이 있다. 시설기준을 완벽히 구비해야 식품위생법상의 허가를 받는데,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고 토로했다.

소 대표는 “농가에서 된장, 고추장 만들던 방식을 생각해 보면, 지금 법이 정하는 시설기준 자체가 너무 비용부담이 크다. 농식품부가 소규모 가공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개별 시설기준 완화 보다는 지자체 차원의 가공시설을 지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전북도 차원의 소규모 농가공 지원 조례제정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박연희 전 정읍시의원은 “현재 농가에서 알음알음 메주, 고추장, 된장, 청국장 등의 개인판매를 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시민들이 농가에서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만든 가공품을 찾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그런데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가 많아, 누군가 신고를 하면 걸리게 돼 있다”면서 “이들 농가를 법적 보호를 받으면서 농가 소득을 높이게 하는 현실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은 “농산물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농가 소득문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정부가 농산물 가격 정책은 손 못대고 가공산업, 6차산업으로 소득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일단 경계해야 한다”고 우려하면서, “현재 정부의 가공시설기준이란 것이 말은 농가소규모인데 설계는 공장개념이다. 기계중심의 시설을 엄격히 하기 보다는 1년에 몇 차례의 위생교육을 의무화 하는게 현실적이고 실용적 위생안전 조치”라고 꼬집었다.

이 정책위원장은 또 “조례가 제정된 이후 세부 시행규칙이 따라주지 않아 효과를 못내는 역도 상당하다”며 “지역 현실에 맞는 조례와 실제 그에 따른 시행규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