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앞두고 배 포장 ‘한창’

사진이야기 農寫 낮은 시세에 ‘전전긍긍’… “4만 원 대만 되더라도…”

  • 입력 2015.02.08 21:24
  • 수정 2015.02.08 21:31
  • 기자명 한승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동네주민들이 설 대목에 출하할 배를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다.
   
▲ 저장고에서 꺼내온 배를 살펴보는 서명준씨.

저온저장고의 육중한 철문을 여니 파레트 위로 배가 가득 담긴 노란 박스가 빼곡히 쌓여 있다. 높이 5미터 남짓한 저장고의 천장에 닿을 정도이니 보관된 배의 양을 쉬이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창고 앞에 가만히 서 있자 지게차 하나 들락날락할 만한 공간을 드나들며 배를 옮기던 한산농원의 서명준(53, 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씨가 지게차로 나르던 배를 내려놓으며 말을 붙인다.

“저장고 안에 있는 배상자만 약 5,500개요. 배가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는데 설 명절 때 출하해야 되는 큰 배 상자만 4,000개 정도 되지. 명절이 지나면 큰 배는 잘 안 찾거든.”

서씨는 설 명절을 보름여 앞둔 지난 2일부터 배 포장작업을 시작했다. 하루에 포장되는 양만 15kg들이 약 300상자. 동네주민 10여명이 일손을 보태 만들어내는 양이다. 그러나 포장만 해놓을 뿐 출하는 못하고 있다. 창고 한 쪽은 이미 포장된 배 상자가 차곡차곡 쌓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본격적인 출하는 6 ~ 7일 경부터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추측일 뿐이다. 3일 현재 서울 가락시장의 배 시세는 15kg 기준 2만5,000원선. 예년에 비해 40% 혹은 절반 가까이 하락된 배 시세가 설 대목을 앞둔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큰 배는 명절이 지나면 헐값이야. 소비자들이 잘 안 찾거든. 명절 때 잘 팔아야 이문이라도 남기는데 지금 시세로는 생산비도 힘들어. 그래도 대목이니까 점점 가격이 오를 거라 예상하지만 시세라는 게 수시로 변하니 알 수 있나. 정찰제인 것도 아니고. 그저 지금 바람이라면 명절 전후로 출하하는 배값이 4만 원 대 정도만 되더라도 살 것 같네.”

설 대목을 앞둔 농민들의 마음이 모두 그와 다르지 않을 터, 그렇기에 ‘살 것 같네’라는 그의 말이 좀처럼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다만 바라건대, 배가 빽빽하게 들어찬 저장고가 설 연휴를 지나고 나서는 보다 더 썰렁(?)해져있기를….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