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지정리 관할 기관, 대체 어디인가

  • 입력 2015.02.08 15:41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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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철이 코앞이다. 관내 수 백 개의 용배수로에 물이 흘러야 할 시기가 다가왔지만 곳곳이 구멍 나고 주저앉은 용배수로는 아직 ‘수술’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유는 돈이 없어서, 그리고 내 소관이 아니어서.

농어촌공사는 예산이 없어 보수를 해주지 못한다고 말하고, 시는 예산은 있지만 시가 아닌 농어촌공사가 관할하는 지역이어서 보수를 해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경지정리 관련 예산이 2010년부터 광특회계로 지원되고 있기에, 경지정리는 지자체 의지에 달린 것이라며 발을 빼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의 이야기다. 산정호수를 비롯해 호수 물을 이용하는 근처 논은 농지개량조합 명의로 돼 있어 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다. 용배수로 개보수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공사는 국고가 내려오지 않아 농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들 역시 민원을 제기하는 농민만큼이나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공사가 애타게 기다리는 국고는 또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다. 지자체는 농지개량조합 명의로 돼 있는 농어촌공사 관할 구역은 제외하고 경지정리 사업을 시행한다. 포천시는 올해 경지정리 사업을 위해 14개 읍·면·동을 통해 사업계획을 신청 받고 있다. 물론, 농어촌공사 관할 지역은 예외다.

이같은 문제로 농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는 지적에 포천시는 관련 사안에 대해 농어촌공사와 협의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협의 후 영농철 전 개보수가 가능하냐는 물음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말을 줄인다. 해당 사업이 5개년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전형적인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모양새다. 농민들은 속이 탄다. 가물었던 최근 2년 동안 폐수로에 흐르는 물을 양수기로 겨우 퍼 올려 농사를 지었다. 농민들이 원하는 건, 그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바라는 것뿐이다. 그런데 지자체와 공사의 관할 씨름에 정작 힘 빠지는 건 농민들인 셈이다.

2004년 중앙정부 차원의 경지정리를 마무리하고 10년이 지났다. 그 10년 동안 영북지역 농민들은 제대로 된 용배수로를 사용할 수 없었다. 이를 호소할 곳도 없었다. 대체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해마다 폭등하는 생산비와 해마다 폭락하는 농산물가격에도 농민들은 꿋꿋이 땅을 지켜왔다. 하다못해 경지정리를 통해 영농이라도 보다 쉽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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