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철 앞두고 용배수로 곳곳 ‘엉망’

경지정리 해당 부서는 ‘어디?’
농어촌공사 “예산이 없다” … 지자체 “우리 관할 아니다”

  • 입력 2015.02.08 15:34
  • 수정 2015.02.08 21:16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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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농철을 앞두고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에서 이규서씨가 흙 밖으로 드러나 공중에 떠있는 배관을 보며 한숨 짓고 있다.

영농철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있지만 올해도 ‘엉망’인 농배수로에 농민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 포천 영북면의 한 논둑. 땅에 묻혀 있어야 할 배관이 흙 밖으로 드러나 있고, 중간 중간 이음새는 끊어져 있거나 구멍이 나 있다. 바로 옆 폐수로에서 흘러나온 물로 논둑이 내려앉아 배관은 공중에 떠있는 모양새다. 농배수로를 개보수하며 만들어 놓은 배관이 말 그대로 ‘날림’으로 설치되는 바람에 농민들은 해마다 이를 고쳐 쓰느라 바쁘다.

해당 지역 농민들은 개보수를 위해 경지정리 및 용배수로 관련 업무 소관인 농어촌공사에 민원을 넣었지만 10년째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곳에서 벼 농사를 짓고 있는 이규서씨는 “10년째 민원을 넣고 있는데 여태 한 번을 고쳐주지 않았다. 날이 풀려 올해는 공사를 해주겠지 싶어 오늘 전화를 했더니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다시 민원을 넣으라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다시 만들었다는 배관은 얼마나 대충 만들었는지, 이 밑에 시멘트 지지대를 만들어야 함은 기본인데 그조차 하지 않아 이렇게 땅이 다 파여 배관이 터지고, 물은 엄한 곳으로 흘러간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 가뭄으로 모내기에 어려움을 겪은 포천시의 경우 특히 영농철 물이 귀하다. 때문에 농사철이 되면 여기저기서 물을 대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펼쳐지는데, 이처럼 그냥 흘러나가는 물이 안타깝기만 한 상황. 지난해는 그나마 농민들이 직접 폐수로에 흐르는 물을 막고 양수기를 이용해 논에 물을 대며 겨우 농사를 지었다.

이씨는 “물이 부족하면 용배수로와 같은 기본 구조가 잘 돼야 그나마 내려오는 물이 논으로 들어가지 않겠느냐”며 “해마다 포크레인 등을 농민들이 직접 동원해 논둑을 다시 보강하지만 1년이 지나면 또 다시 곳곳이 파인다. 장비 한 번 부르면 쌀 몇 가마니가 없어지는 수준이다. 생산비 증가로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이런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도 미처 취하지 못해 물을 아예 대지 못한 일부 논은 2년 동안 묵히기도 했다. 제때 물을 대지 못한 논은 벼 생육이 더뎠다. 물에 바로 녹지 못한 제초제는 어떤 제초 효과도 보이지 못했다.

영북면 내 다른 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산정호수에서 내려오는 물이 폐수로에 차고 넘쳐 결국 수로 아래쪽에 위치한 논이 잠기기까지 한 것.

이씨는 “현장은 농민이 제일 잘 알지 않느냐. 그럼 농민 말을 좀 귀담아들었으면 좋겠다. 대충 보고 상황을 알아서 판단하고 예산이 없어서 안 된다고 잘라 말하면 농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며, 어디에 호소해야 하느냐”고 탄식했다.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정말 예산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2000년도 토지주들이 납부하던 농지개량조합비가 없어지면서 정부 예산으로만 유지관리를 하다 보니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제기되면 사업대상지로 지정하고 국비 예산 배정을 요청하는데, 사업비가 내려오질 않는다. 정말 방법이 없다. 오히려 우리가 더 답답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999년도까지 토지주들이 농지개량조합비를 납부하면 그 비용을 활용해 농어촌공사가 보수공사를 해줬지만, 2000년 3개 기관이 통합하면서 조합비가 폐지되고, 국고 보조금으로만 유지관리비가 운영돼 왔다”며 “그런데 지원금의 50%도 내려오고 있지 않아 농민들의 민원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고충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관련 지원금은 실상 지자체 예산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경지정리는 2004년에 모두 마무리되고, 2010년부터 광특회계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반과 관계자는 “경지정리로 쓰라고 주는 것이 아니라 포괄보조금이다. 이걸 가지고 지자체가 13개 부처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차제는 이걸 100% 지방비라고 생각하고 쓰기 때문에 경지정리는 지자체 의지에 달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올해 포천시 용배수로 계획은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경지정리 사업이 시비로만 이뤄져 진행율이 더뎠지만, 올해 도비와 국비가 일부 들어와 14개 읍·면·동을 통해 사업계획을 받고 있다. 그러나 관내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구역과 시 관할 구역이 달라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영북면의 사업 진행은 미지수라는 것.

포천시 농정과 관계자는 “현재 농지개량조합 명의로 돼 있는 땅은 농어촌공사 소관이다 보니 포괄적인 경지정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그러나 계속 민원이 들어오고 있는 만큼 공사와의 협의 하에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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