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은 놈이 물켠다?

  • 입력 2015.02.08 12:39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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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조합장후보 선거운동기간은 2월 26일부터 선거일인 3월 11일까지 보름간이다. 그런데 농촌은 지금 알게 모르게 조합장 선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논산의 한 작은 농협조합장에 출마하고자하는 한 후보의 부정행위가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고 한다. 적게는 20만원부터 많게는 천만단위까지 돈을 뿌려 표를 모으려 했다고 선관위가 발표했다. 선거와 관련 금품을 수수하면 그 50배를 토해내야 한다. 20만원만 받았다 해도 패가망신이다. 지역사회가 뒤집힐 만하다. 극단으로 몰리면 세상하직하기 십상이다.

일이 이렇게 된 내막을 추정해보면 모든 선거판에서 맹신되는 먹은 놈이 물켠다는 인식이다. 선거를 준비해본 사람들은 안다. 주변에 평소 가깝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말인즉 도와주려고 한다는 것. 그러나 이들은 후보자가 소위 총알이 얼마나 준비됐는지 ‘간’을 보는 것이다. 선거에 나선 사람들의 목적은 당선이다. 그러니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해서 목적을 이루려하는 약한 심리상태를 이들은 이용한다.

두 번째는 우리사회의 일반적 인식 오류가 깊이 박혀있다. 정부수립의 과정부터 선거는 하다못해 막걸리라도 나눠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막걸리선거, 고무신선거라고 했던 것이 그렇게 굳은 것 아니겠는가. 누구는 얼마를 챙겼다고 하는데 내겐 쓴 소주라도 한잔 주는 후보는 없나하고 바라는 것이다. 이번 논산의 사태는 이런 일반적 사회상황이 만들어 낸 비극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런 걸 끊어내는데 별 노력을 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공정하고 공명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활동해야 한다. 단지 선거부정을 단속하는게 아니란 말이다. 공명한 선거분위기를 만들자고 후보자들에게 알렸단다. 근데 뭐. 선거권자들도 부정하면 50배의 과징금을 문다곤 하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농협이 선관위에 선거관리를 위탁한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농협조합장 선거라는 것이 초등학교 반장 선거보다도 못한 꼴로 추락한 것은 위탁선거관리법이 자초한 것이다. 난공불락의 기득권을 깨뜨린다는 것이 그만 초가삼간 불장난 꼴이다. 전국의 조합장을 꿈꾸는 사람들은 1,300여 현직조합장들의 기득권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매표의 유혹에 오늘도 잠자리가 뒤숭숭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3.11조합장 동시선거는 한국 농업역사에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이를 통해 농협의 변화를 꿈꾸는 농민들의 열망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정반대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뿌리째 파헤치고 있는 자유무역의 파괴력에 농업농촌의 보루로써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가는 꼴이다. 자유무역의 착취와 농협의 착취로 이중고를 당하는 농민들의 한숨만 봄밤을 가득 채우려나 보다.

먹은놈이 물켠다는 말이 후보자들이 정책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농협을 바로 세우느라 목말라하는 것으로 바뀌길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가. 아! 유혹에 흔들리는 후보자들이여 일찌감치 냉수 먹고 속이나 차리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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