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농협은 무엇을 할 것인가?

  • 입력 2015.02.01 11:16
  • 기자명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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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3월 11일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실시를 앞두고 여러 가지 기대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농민들은 이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 않다. 왜냐하면 조합원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민관련 가장 큰 생산자 조직은 뭐니 뭐니 해도 농협이다. 그래서 비록 조합원이 아닐지라도 농협이 지역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여성농민들의 중심적인 고민이어야 한다.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좋은농협만들기 정책선거실천 전국운동본부가 제시한 조합개혁 10대 정책과제 중 눈에 띄는 과제가 있다. 9번째 과제인 의료, 복지, 문화 관련 단체, 협동조합과의 협동 등을 통해 농협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항목이다.

의료, 복지, 문화 이 모든 것이 농어촌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어느 것 하나 여성농민들이 간과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사실 면단위까지 건물을 가지고 대민 사업을 하고 있는 농축어업관련 조직은 행정조직인 주민자치센터를 제외하고는 조합 밖에 없다. 따라서 조합이 지역에서 의료와 복지, 문화 관련한 지역사회 기여사업을 한다면 접근성(물리적 거리나 심정적 거리감 등)에 있어서 이를 따라올 조직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이익의 지역사회 환원이라는 공공성을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몇 년 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 강의를 할 때 농협직원들을 특화해서 토요일 사회복지학과 수업을 한 적이 있었다.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면 2급 사회복지사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지역농협이 전격적으로 지원하여 향후 농협이 시행할 복지사업에 대비해 직원들의 자격요건을 갖추도록 할 요량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매우 고무적인 사업이라 생각해서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했었다. 그러나 그 많은 학생들은 지금 무엇을 할까? 광주 전남의 어느 농협에서도 사회복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없으니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든다.

농협이 지역에서 의료, 복지, 문화 관련 지원 사업을 해야 할 이유는 접근성과 공익실천 사업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농어촌의 인구나 사회적 현황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현재 농촌인구의 고령화는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으며 고령화되는 인구로 인해 의료와 복지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문화시설이나 단체, 마을별 전통문화는 오히려 쇠퇴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문화관련 지원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조합이 지역에서 해야 할 중요한 사업 중 하나는 농업생산자와 관련된 지역특화 의료, 복지, 문화관련 지원 사업이다.

다문화 관련 지원을 할 때도 결혼이주여성의 농업전문인력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나, 농어촌 아동들의 소규모 그룹홈을 지원하는 사업, 면농협 공간을 복합 문화 복지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사업 등 찾아보면 예산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정부의 정책사업과 연계하여 농어촌 주민의 삶의 만족도와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제 농협이 지역사회에서 할 일은 생산자들의 대표조직으로서의 생산, 협동, 유통 등의 사업을 지원하는 것 이외에 조합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복지, 문화관련 통합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역농협의 사업에 이러한 요인이 포함될 때 여성농민 조합원 수도 증가할 수 있고 지역민들이 농협의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3.11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실시에 거는 기대는 사실 선거 그 자체보다는 어떤 조합장이 이러한 방향을 가진 공약을 제시하는가이다. 여성만이 아니라 모든 농협조합원들은 공약을 꼼꼼히 검토하고 지금이라도 조합장 후보들은 이러한 공약을 반드시 포함시켜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지역에서 농협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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