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 입력 2015.02.01 10:58
  • 기자명 한도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별일이 있어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민심이 세차게 흔들리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나서 바람을 잠재우려 한다. 결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유감을 표명하고 서민들이 세금을 더 내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연말정산은 봉급자를 대상으로 해서 벌어들인 수입에서 일정비율을 세금으로 원천징수한 후에 연말에 거기에 대해 세액을 면제하거나 감액해 되돌려주는 것이다. 봉급자나 노동자들은 이를 13월의 월급이라고 해서 치밀하게 자신의 씀씀이를 정리하는데 공력을 들인다.

그런데 이번 연말정산은 꼼수여서 문제가 된 것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부자증세는 커녕 기업들에게 세금을 덜어주다 보니 세수가 부족해 졌다.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어디선가 세금을 더 거두어들일 수밖에 없다. 그 대상이 소위 유리지갑인 봉급노동자들인 것이다. 세금 돌려주는 방식을 기존의 방법에서 살짝 바꿔 시행한 것이다. 결과는 세금을 더 내야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봉급노동자들이 봉 중의 봉이 된 것이다. 화들짝 놀란 것이 청와대다. 그동안 50%대의 굳건한 지지를 유지해오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초기자회견으로 30%대로 하락한 상황에 연말정산으로 내년 총선이 위태로워진 까닭이다.

예로부터 세금은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세금정책은 강제성이다. 그러니 세금정책이 강화될수록 납세자들은 몸을 움추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대로 정권에게도 호환, 마마가 되기도 한다. 고려가 멸망한 것도 가혹한 조세정책이었다. 정도전이 역성혁명을 주장한 명분이 조세정책이었다. 조선이 멸망한 것도 삼정의 문란이다. 이중 조세정책은 백성들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조세정책은 항상 공평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농민들은 연말정산이 없다. 연말이 되면 여기저기서 연말정산용 기부금영수증이 날아오지만 쓸 곳이 없다. 원천징수한 세액이 없으니 당연히 돌려받을 것도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농민들도 원천징수 비슷한 세금을 낸 적이 있다. 바로 을류농지세다. 을류농지세는 생산물에 대해 과세하는 이른바 인정과세다. 농민들은 구시대적 을류농지세에 극렬하게 거부했다. 개방농정으로 피폐해져가는 농민들의 분노가 전근대적 수탈의 상징이던 을류농지세를 무너뜨렸다.

현대의 조세정책은 부의 분배에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조세정책을 펴는데 저항력이 약한 곳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부유세나 기업의 세금은 건드리지 못하고 노동자들의 유리지갑이나 간접세를 자꾸만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새해 들어 급격하게 인상된 담배세는 70%가 넘는다. 이를 통해서 12조원이라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단다. 정말 울며 겨자먹기가 아니라 울며 담배먹기다. 그뿐 아니라 원유값은 계속 내리는데 세금은 내리지 않는다. 줄줄이 간접세를 올리겠다고 정부가 또 나섰다. 가만히 있으니 봉으로 아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