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신유통구축 성과이자 과제

본래 가치·지속가능성 쇠퇴 경계해야

  • 입력 2015.02.01 10:54
  • 수정 2015.11.08 00:0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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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아침, 완주로컬푸드 효자동(전주)직매장은 수확해 온 농산물을 매대에 진열하는 농민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시장에 내고 남는 상품을 조금씩 가져다 판매할 수 있고, 직접 가격을 매겨 라벨을 붙이는 일도 재미있다.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될 뿐더러 소비자들도 싱싱하고 저렴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 로컬푸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유통 측면에서 내세우는 주요 성과 중 하나다. 그러나 로컬푸드의 본래적 가치 대신 효율성만을 쫓는 현 경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에 위치한 완주로컬푸드직매장 내부 모습. 한승호 기자

직매장 및 직거래장터, 꾸러미 등의 형태로 진행되는 로컬푸드는 2000년대 후반 유통의 효율을 도모하고 농업의 가치를 높이는 주목할 만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농식품부는 2013년부터 직거래 등 대안유통 활성화를 추진하며 로컬푸드 모델 발굴과 확산에 주력했다. 신규 로컬푸드 직매장 개소당 150만원 내외, 직거래장터 개소당 20~100만원의 장비·시설지원을 하고 직거래 컨테스트를 통해 우수사례를 발굴했다.

그 결과 2012년 4월 전북 완주에서 처음 등장한 로컬푸드 직매장은 2013년 전국 28개소, 지난해엔 71개소로 늘어났다. 전체 유통 중 로컬푸드 등 신유통의 비중은 2013년 10.9%에서 지난해 14.6%로 증가했으며, 거래액 규모도 27.9%나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우수 직거래사업자 인증제를 담은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법」 제정을 추진하며 신유통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로컬푸드가 본래적 가치를 뒤로 하고 시장효율성을 좇는 경향에 대해 우려와 책망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추세다. 윤병선 건국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로컬푸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정당국이 이를 정책적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매장이 생겼다면 일단 지역순환을 담보해야 하고, 관행유통체계에서 소외됐던 소농들을 안정시키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등 의미있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정부의 로컬푸드 정책에 이런 고민이 빠져 있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개장한 충주로컬푸드직매장의 경우 농산물에 생산자 이름 대신 기업체나 작목반의 이름만이 표기돼 있다. 더욱이 충주시에 근거를 둔 기업이 타 지역의 농축산물을 가공해 만든 제품이 대다수라 로컬푸드의 취지는 물론 표면적 의미까지 흔들리는 모습이다. 매장 관계자는 “급하게 개장하느라 생산자 표기를 정확히 하지 못했으며 추후 보완할 예정이다. 가공품은 지역 농산물로 만든 제품으로 한정하면 들일 수 있는 물량이 제한돼 우선은 부득이하다”고 설명했지만 가시적 성과에 급급한 로컬푸드 확산정책의 단면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기존 사업체의 지속가능성도 문제다. ‘로컬푸드 1번지’라 불리며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완주군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완주 로컬푸드를 초창기부터 이끌어 온 영농조합법인 ‘건강한밥상’의 구윤회 총무이사는 “초창기 군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홍보를 우선으로 하고 농산물 판매가격을 매우 저렴하게 책정했다. 그런데 지역 사정과 맞물려 보조금·지원금이 대폭 줄어들었다. 가격을 인상시키기는 힘들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매장 또한 처음부터 참여해 온 영농조합들이 운영하는 게 맞다. 지금은 주로 농협이 주체가 되고 있는데, 농민들이 순수하게 하던 일을 농협에 맡겨버리면 농민들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고 호소했다.

로컬푸드의 확산은 농식품부가 유통구조 측면에서 내세우는 가장 주요한 성과다. 하지만 그 본연의 역할을 살리고 내재된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선 화려한 성과와는 별개가 되는 큰 과제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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