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채소값 안정”, 농민은 “죽을 판”

“수급시스템 무너진 게 아니라 아예 없는 것”

  • 입력 2015.02.01 10:52
  • 수정 2015.11.08 00:0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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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심화된 전반적인 채소값 폭락 사태가 아직까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가 주요 농정성과 중 하나로 채소값 안정을 거론해 농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수급대책이 어느 것 하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2014년 주요 농정성과에서 ▲양파는 사상 최대의 공급과잉에 대응해 가격 급락세를 방어하고 ▲배추, 마늘, 무 등도 조기에 평년수준을 회복하거나 가격안정구간에 진입시켰다고 자평했다.

평년 1kg당 1,000~1,200원을 오가는 수확기 양파 도매가격은 지난해 600원대에 형성됐다. 수확기 이후 추가적인 하락세는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양파가격은 현재까지 줄곧 500원선에서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폭락이 예견되고 가시화되던 수확기 전후 농식품부는 양파 가공과 소비촉진에 치중했을 뿐 적극적인 수매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항의집회가 꼬리를 물었고, 결국 때를 놓친 농식품부의 늑장수매는 품질이 저하된 물량을 대거 폐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20kg당 4,300원의 폐기지원금은 시장가격과 정부수매가에 못미쳐 피해는 또다시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갔다.

다른 작물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마늘은 2년째 평년가격의 반토막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배추와 무 가격도 부침을 거듭하는 가운데 꾸준히 평년가격을 크게 밑돌고 있다. 각지에서 산지폐기가 이어졌지만 보상금이 턱없이 적은데다 그나마도 예산상의 문제로 농민이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소화할 수 없었다. 또한 생산비 이하의 낮은 정부수매가 책정은 오히려 시세 형성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반면 농협 계약재배 확대나 농민들이 주장하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등 반복되는 폭락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도 요원하다. 작금의 채소값 폭락 사태는 농식품부가 농정성과로 내세우기엔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다.

특히 배추는 시장격리 정책이 연중 이어졌음에도 가격회복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시장격리로 인해 포전거래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는 언론보도가 종종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농민들은 손사래를 친다.

전남 해남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김재구(48)씨는 “지금 산지에서 배추가 10kg당 600~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포전거래 상황도 아직 호전된 바 없다. 정부의 시장격리는 도매가격 2,500원일때 사들여 3,000원만 되면 바로 풀어버리는 식이라 효과가 있을 수가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생산량이 과잉됐다고 해도 이렇게 가격이 무너질 수준은 아니다. 생산자나 지자체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농산물을 수급조절 하는 역할은 정부에서 해야 한다. 채소값을 안정시켰다고 성과를 발표하는 건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이고, 농민들은 이미 다 죽을 판이다. 지금 상황은 수급조절 시스템이 무너진 게 아니라 아예 없는 것”이라며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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