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손의 오류

  • 입력 2015.01.25 11:11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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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분명히 다른 점 중에 중요한 한 가지가 손놀림이다. 인간은 자유로운 손놀림으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고 풍부한 문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문명뿐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도 손을 빼고 말할 수 없다.

마의태자는 낙랑공주의 섬섬옥수를 그리워했고 신채호선생은 함흥의 고무공장노동자 김창숙의 화상 입은 손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라고 칭송했다. 어머니의 손맛이 최고의 음식이라 했고, 농사꾼의 명함은 투박한 손 자체일 뿐이라는 이진호의 시도 있다. 어머니의 뜨거운 손을 놓고 돌아선 고모령의 아들은 불귀의 객이 되었고, 서양사람들은 손을 잡아봄으로써 그가 나를 죽이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가졌다고 한다. 그것이 악수라는 문화로 정착 됐단다.

악수를 할 때 손이 뜨거우면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의사들은 손을 항상 따듯하게 간수하라고 충고한다. 그래야 건강할 수 있다는 게지. 그래선지 잘나가는 경영자들은 보편적으로 손이 뜨겁다고 한다. 사업상대는 뜨거운 손을 가진 경영자에게 손을 내밀고 투자를 하게 된다. 사업이 확장된 경영자는 승승장구할 것이란 믿음이 강하다. 속말로 되는 놈 밀어준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아차 한번 실수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이 뜨거운 손의 오류다.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이 계속 되고 있다면 이번만은 잘 될거라고 믿는 도박사의 오류와 반대다.

농업계에도 그런 경우들을 볼 수 있다. 한때 잘나가던 친구가 어느 날 쪽박을 차고 농약을 마시거나 야반도주하는 경우들을 흔치 않게 보아왔다. 농사가 잘돼 이것저것으로 확장을 하다가 어느 한 곳에서 그만 고장을 일으키면 회복 불가능이 된다. 방송에 신문에 성공한 농업인으로 칭송이 자자했던 그들은 모두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그런데 그들의 불행은 그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농업의 정책이 그런 환상을 만들어 냈다. 박근혜대통령이 안성팜랜드에서 6차산업으로 농촌을 행복한 곳으로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6차산업의 강조는 농민들에게 뜨거운 손이 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우리농민들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환경들이 ‘뜨거운 손의 오류’를 만들어 내기에 맞춤이다.

봄이 되면 무엇을 심을까 고민이 많은 농민들, 몇 년 골탕 먹었으니 올해는 괜찮겠지 하면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터질 때를 기다리는 빠칭코가 얼마나 우매한 짓인가를 잘 알지 않는가. 그렇다고 잘 나가는 주변 사람 따라하는 것은 우매한 일이다. 그 또한 뜨거운 손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밭을 일굴 뿐이다. 땅이 있으니 땅을 부치고 씨를 뿌릴 뿐이다. 욕심 부리지 않고 한 알의 열매를 위해 땀을 흘릴 뿐이다. 그게 평화고 행복이다. 그렇게 되도록 뒷받침 해줘야 하는게 나라의 일 아닐까? 뜨거운 손의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정책을 만들어 줘야하는게 정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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