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한 수출농업 육성

  • 입력 2015.01.25 11:1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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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농업환경은 이전과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한-중 FTA를 비롯해 세계 주요 국가와의 FTA가 체결됐고,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됐다. 이로 인해 농민들의 심리적 불안감 역시 높아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수출농업 육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FTA를 적극 활용해 중국 아시안 할랄 등 거대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농림축산식품 수출액이 61억9,000달러로 전년대비 8.1% 증가했고, 사상 최초 50억 달러 이상 수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외형적 수치로는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8%의 수출 신장이 있었다니 앞으로 위기의 농업을 구하는 활로로 수출확대는 주요한 대책이 될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실질적으로 농민들이 생산한 신선농산물의 수출은 4.9% 감소했다. 농림축산식품 수출의 81.7%가 가공식품이며, 18.2%가 신선농산물일 뿐인데 이마저 감소 추세다. 수출되는 가공식품류라는 것이 궐련, 커피, 음료, 라면 등이다. 이러한 가공식품은 거의 수입농산물을 원재료 사용하는 것으로 우리 농민들에게는 도움은커녕 수출확대가 수입농산물 증가는 부메랑이 돼 피해만 줄 뿐이다.

그나마 수출하는 신선 농산물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없으면 적자수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 농산물이라는 것이 수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과잉 생산된 농산물을 시장격리 하는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안정적으로 수출하던 배의 경우엔 중국산 배에 시장을 내주어 지난해부터 반 토막이 난 실정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정부의 수출농업육성이 얼마나 허망한 수사인가.

수출로 먹고 산다는 우리나라 현실은 또 어떤가. 제조업의 대부분을 중국 등 신흥개발도상국에 내어주고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것이 자동차와 반도체뿐이다. 수십 년간 공들여 투자하고 기반을 닦아온 수출 산업의 현실이 이러한데, 작은 면적에서 노동집약적 생산에 의존하는 농산물을 수출한다는 것은 거의 망상에 가까울 뿐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정부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국민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수출농업이라는 정부의 정책은 작업복에 흙 묻히고 냄새나는 가축분뇨를 묻히며 일하는 농민의 현실을 외면하고, 논밭에서 그리고 축사 안에서 양복에 넥타이 메고 농사짓는 농민을 만들자는 것이다. 딸기밭에서 딸기를 딸 때, 질척한 고랑에 운동화는 어림도 없는 것이 농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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