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죽 먹여 한우 사료값 절반 낮췄습니다”

정읍화식한우협동조합, 전통 화식우 사육 확대 노력
정부 지원·주재료 우선 공급 등 숙제

  • 입력 2015.01.25 08:07
  • 수정 2015.01.25 08:08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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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곡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배합사료 대신 쇠죽을 끓여 소를 사육하는 화식(火食)이 주목받고 있다. 전북 정읍시에선 지역 한우농가들이 화식한우를 공급하는 협동조합이 만들어져 화식우를 알리는 시식회를 여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최영용 정읍화식한우협동조합 사무국장이 축사에 쇠죽을 공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읍화식한우협동조합(조합장 김종덕)은 지난 2012년 화식사료 배합기(쇠죽 제조기)를 구한 농민 6명이 모여 설립됐다. 최영용 조합 사무국장은 “사료값이 자꾸 올라 걱정했는데 어르신들이 쇠죽으로 키운 소가 좋다고 말해 배합기를 구했다”며 “가마솥에서 끓이는 재래식은 계속 저어주지 않으면 고루 익지 않는데 배합기는 저녁에 작동하면 아침엔 쇠죽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화식이 가진 장점은 재료구입이 쉽고 일반사료보다 값이 싸다는 점이다. 주재료는 쌀겨(미강) 등 농업부산물이며 복합영농을 하는 농가는 볏짚을 자체 조달할 수 있어 생산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최 사무국장은 “보리, 옥수수 등을 직접 생산해 순수 우리 국산농산물만으로 화식을 만든다”며 “보통 30% 정도 사료값을 절감할 수 있는데 우리 협동조합 조합원들은 상품성없는 콩, 호박, 고구마 등을 재료로 구해 최대 50%까지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사무국장은 “화식우는 고기를 익히거나 구운 뒤 식히면 기름이 엉기지 않는다. 비육도 잘 되고 1등급 이상 출현율도 높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그는 “축분도 냄새가 심하지 않고 발효가 잘 돼 유기질 퇴비 재활용이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올해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대형백화점 계약이나 자체 정육점 개장 등 안정적인 유통망 구축을 모색하고 화식우 특허 획득도 추진한다.

정읍시도 화식한우에 관심을 갖고 사육 확대를 꾀하고 있다. 시는 화식 배합기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 농산물 및 부산물의 원활한 공급을 목적으로 원료 저장창고 신축 지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합은 현재 300두 남짓인 사육 규모를 1,000두까지 늘려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갖추려 노력 중이다. 무엇보다 조합원 수를 늘려야 하지만 5,000만원이 넘는 배합기뿐 아니라 지게차, 곡물파쇄기 등 갖춰야할 장비가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재료인 미강을 구하기 까다로운 점도 숙제로 꼽힌다. 조합원 모두가 복합영농을 하기에 직접 벼를 생산하지만 막상 도정과정에서 나오는 미강을 구하려면 따로 돈을 들여야 한다. 미강을 구할 수 없어 화식을 포기한 지역농가도 있다.

김종덕 조합장은 “꾸준히 시식회를 열어 화식한우의 장점을 알리고 있으나 우리만으론 예산이 부족하고 협동조합은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려워 뜻대로 안된다”며 정부지원과 주재료인 미강을 축산농가에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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