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출, 소극적 소비처일뿐

지난해 가공식품 11.4% 늘고 신선농산물 4.9% 줄고
신선농산물 수출 확대 ‘산 넘어 산’

  • 입력 2015.01.24 11:46
  • 수정 2015.01.25 21:4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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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위기를 기회로’라는 구호와 함께 FTA시대를 맞아 농식품 수출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신선농산물 수출은 2014년 기준 전년대비 4.9% 감소했고, 정부의 수출정책 지원대상도 기업 중심일 뿐 농가를 비켜가고 있어 방향수정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 농식품부)는 지난해 농림축산식품 수출액이 61억9,000달러로 전년대비 8.1%증가했고, 가공식품은 수출 증가세로 사상 최초 50억달러 이상 수출을 달성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수출목표를 77억달러로 잡고, FTA를 적극 활용해 중국·아세안·할랄 등 거대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출액 상위 10개 품목 중 ‘인삼’ 유일한 신선농산물

문제는 신선농산물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농림축산식품 부류별 수출실적’에 따르면 2013년 총 57억2,460달러의 수출액은 2014년 61억9,000달러로 8.1% 증가했고, 이 중 가공식품수출은 2013년 45억4,410달러에서 2014년 50억6,360달러로 11.4% 늘었다. 반면 신선농산물은 2013년 11억8,050달러에서 2014년 11억2,280달러로 4.9% 줄었다.

농식품부도 신선농산물 수출 부진에 대해 고민이 깊다. 농식품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가공식품은 실상 수입농산물을 원료로 한 제품이기 때문에, 국내 농산물 소득안정 대책으로 수출 카드를 꺼내들기는 난망한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수출액 기준 상위를 차지한 5품목은 궐련, 커피조제품, 음료, 라면, 인삼 등이며, 이를 상위 10품목까지 넓혀 봐도, 신선농산물은 인삼이 유일하다.

▲ 합천군과 율곡농협은 신선양파 위주의 수출에 따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조사에 나선 끝에 지난 20일 양파즙과 야콘즙을 미국 LA에 첫 수출했다. 합천군 제공

과잉공급 농산물, 국내 값 하락하면 수출 값도 하락

지난해 양파값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을 때 양파주산지인 합천군 동부농협은 신선양파 4,800톤 수출 성과를 거뒀다. 전국에서 1만톤의 양파가 수출된 점을 감안하면 동부농협 수출물량은 50%에 육박한다.

변은희 동부농협 팀장은 “지난해 수출이라는 출구가 없었다면 농가들의 손해가 더 컸을 것”이라며 “공급이 늘어난 양파를 국내에서 다 소화시키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신선농산물 수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동부농협의 경우 오래 전부터 수출을 고민하고 추진해 왔던 터라 수출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그렇다고 양파 수출로 수익이 남는다는 뜻은 아니다.

변 팀장은 “농가에서 수출용으로 계약재배 한 양파를 20kg 망 단위로 매입한다. 이를 농협에서 다시 선별기계를 통해 규격단위로 구분해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수출용 망에 담아 업체에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재포장에 따른 인건비, 수출용 포장재 등이 추가로 들 뿐 아니라, 국내 양파가격이 폭락하면 상대국 바이어들도 그에 걸맞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 마련”이라고 실상을 전했다.

경남도와 합천군에서 수출물류비를 각각 8%, 9% 모두 16% 지원되지만, 지자체 여건상 지원이 안정적이지 않을 때도 있을 뿐 아니라, 이런 지원마저 없다면 양파수출은 그야말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수출은 ‘재미없는 장사’가 된 셈이다.

신선농산물 수출의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합천군(군수 하창환)과 율곡농협(조합장 강호동)은 지난 20일 미국 LA에 처음으로 양파즙과 야콘즙을 수출했다. 양파즙은 신선양파에 비해 부피가 작아 물류비가 덜 들고, 부패 등의 문제가 대폭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합천군청 농업경영과 관계자는 “양파즙 첫 수출이 의미가 있다”면서도 “현지인 입맛에 맞아 지속적인 수출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수출물류비 지원, 국내산 원료 100% 기준에서 50%로 완화

유재형 농식품부 수출진흥과 사무관은 “신선농산물은 검역, 유통 문제로 단기간 수출확대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선 가공식품 수출을 확대하되 원료농산물의 국내산 비중을 높이자는 것이 방향”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8월,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농수산식품 수출 추진현황 및 확대방안’을 보고하면서 국내산 원료가 100%일 때 수출업체에 지원하던 물류비를 50%만 사용해도 지원하겠다는 것은 이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수출선도 조직’을 육성해 생산자 조직화, 수출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유 사무관은 “지금까지 신선 농산물 수출은 과잉된 국내 농산물을 저가로 해외로 방출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신흥시장을 공략해 농산물의 새로운 수요처가 될 것”이라며 “현지화, 고부가가치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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