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은 농산물 ‘제 값’ 받는 한 해 돼야

  • 입력 2015.01.16 15:59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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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힘들었던 적이 또 있나 싶습니다.”

휴대폰 너머로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남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한 농민의 말이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한지 3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농산물이 가격 폭락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3년에도 배추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헐값에 거래되는 배추 때문에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지금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요즘엔 여기에 추가적으로 붙는 말들이 있다. ‘너무 힘들다’라든가 ‘파산’이라든가 ‘못 버티겠다’라는 말들이다. 혹자는 해마다 반복되는 농산물 폭등락은 새로울 것도 없다고 하지만 현재 농민들의 반응은 절박 그 자체다. 폭등락 반복이 아니라 폭락만이 반복되고 있으며, 어느 한 품목이 망했을 때 다른 품목에서 만회할 수 있는 여지도 없다.

농산물 값 폭락으로 고통 받는 것은 농민뿐만이 아니다. 농산물 값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아 이익을 올리는 청과회사의 매출도 반 토막 났다. 지역농협도 수매한 농산물을 다 못 팔아 적자를 내기 일쑤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대처는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농산물 가격을 일으켜 세우기엔 역부족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김장배추 공급량을 153만~163만톤 정도로 예상하고 과잉공급물량 10만톤을 시장격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11월 초 5만톤을 추가로 시장에서 격리시켰다. 하지만 배추 값은 오히려 10kg망당 2,000원대로 주저앉았다. 국내 과잉공급물량만을 탓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농산물 값 폭락 원인을 수입물량은 배제한 채 국내 생산량과 공급과잉물량에서만 찾고 있다. 각종 FTA가 체결돼 수입 농산물이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형국에 국내 농산물 가격에 수입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농식품부의 입장은 언제나 “유례없는 풍작으로 생산량이 증가해 가격이 폭락했다”다.
또 농민들이 생산비는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전망인 최저보장가격제도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계약재배에 참여하는 농가 비율이 그렇지 않은 농가에 비해 훨씬 적을뿐더러, 실제로 생산비 수준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는 어떻게 버텼지만 올해까지 이러면 정말 답 없습니다.”

깊은 한숨을 동반한 그의 말처럼 농산물 가격 폭락은 지난해가 마지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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