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아래 사람이 산다

사진이야기 農寫 밀양 주민들, 공식 사과 요구하며 115번 철탑 아래서 농성

  • 입력 2015.01.11 23:01
  • 수정 2015.01.11 23:02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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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참 더러운 세상인기라.” 경남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철탑 아래서 만난 장문선(61, 고정마을)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송전탑 반대 4개면 주민들과 함께 한국전력의 신고리 - 북경남 765kV 송전 중단을 촉구하는 철탑 밑 농성에 들어간 지 12일째(6일 현재) 되는 날이었다.

“이 싸움이 11년째라. 마을이 우예 됐는지 아나. 반쪽이라. 경로당에 가면 38선 그어놓고 (송전탑) 찬성 측 반대 측 갈라 앉는다. 말도 안 섞지. 섞어봐야 싸움뿐이라. 담 하나 없는 동네에 CCTV 설치한 집도 있고. 이래가 어찌 살겠노.”

밀양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26일 115번 철탑 아래에 다시 천막농성장을 세웠다. 10년간 반대 투쟁에 나서면서 당했던 수많은 폭력과 인권유린, 마을공동체 분열에 대한 한전의 공식 사과 및 주민 생존권 박탈에 대한 피해 보전을 요구하며 28일로 예정됐던 시험송전을 막기 위해서였다.

천막농성장이 세워지자 한전은 주민들의 철탑 접근을 막기 위해 철탑 주위로 울타리를 쳤다. 의경을 동원한 경찰의 감시도 24시간 이어졌다. 마을에 다시 경찰버스가 상주했고 한전은 예정대로 28일 시험송전을 시작했다. ‘찌지직 지~’ 이날 이후로 철탑 밑에서는 지글거리는 듯한 전류 흐르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도록 들렸다. 사방이 고요한 밤과 새벽엔 그 소리가 한층 크게 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양 주민들은 천막농성을 이어갈 태세다. 여수마을 주민인 김종천(74)씨의 말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양심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다. 정직하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되든지 불의에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밀양 송전탑 싸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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