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농업시대, 상생으로 길 만들어야”

[신년특집 인터뷰]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입력 2014.12.27 15:15
  • 수정 2014.12.27 15:3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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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어느 해보다 국민들에게 농업문제가 각인됐다. 주식인 쌀 문제가 20년만에 관세를 통한 전면개방이 확정됐고, 중국산 농산물에 익숙한 서민들에게 한-중 FTA 체결은 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등 결국 ‘개방’이라는 화두가 농업을 관통했던 한 해였다.

쌀 전면개방 원년인 2015년을 앞두고 한국농정신문은 지난달 16일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새해의 농정 방향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진 행 : 심증식 편집국장
정 리 : 원재정 기자
 

2013년 3월 취임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간의 소회부터 들려 달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취임 이래 쌀목표가격과 관세화, 한-영연방 및 한-중 FTA, AI와 구제역, 풍년농사로 인한 농산물 가격 하락 등 주요 농정 현안을 추스르다 보니 어느새 2015년을 맞게 됐다.

그간 박근혜 정부 농정철학과 비전, 추진전략과 로드맵을 담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발전계획’을 국민공감농정위원회를 통해 구체화 했다. 특히 2014년은 박근혜 정부 2년차로 작지만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해, 농정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참 많은 일들이 숨가쁘게 진행됐던 것 같다.


1월 1일부터 쌀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WTO의 검증절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또 쌀 수출국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결정은 쌀 시장의 전면개방이 아니라, 지난 20년간 수입물량을 제한해 국내 쌀시장을 보호했던 방식에서 높은 관세로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보호방식의 변경을 의미한다. 513%라는 관세율을 결정하기까지 전문가·관계부처와 면밀히 검토해 우리 농업을 보호할 수 있으면서 WTO 검증이 가능한 최대치를 산출하는데 고심했다.

WTO 통보 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이견을 제시한 국가는 없으나, 이의제기 기간 (2014.10.1~12.31) 만료 직전에 주요 쌀 수출국들이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관세화는 WTO 원칙으로 돌아가는 조치인 만큼, 당당하게 검증에 임해 우리가 통보한 원안대로 확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쌀시장이 전면개방 되면, 국내 쌀생산 농가의 재배의향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벼생산이 밭작물로 전환될 경우 농산물 가격의 연쇄폭락도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는데, 식량자급률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지난해 9월 ‘쌀 산업 발전대책’을 세우고, 수확기 쌀 수급안정대책 등 선제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쌀 가격하락과 이에 따른 농가 불안을 완화하는데 주력했다.

그에 앞서 쌀변동직불금의 목표가격을 2013년 kg당 18만8,000원으로 인상했을 뿐 아니라 2015년부터 쌀 고정직불금을 ha당 9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했으며 논 이모작직불금을 ha당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하는 등 쌀 농가 소득안정 및 안정적 식량생산 기반 마련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한편으론 자급률 제고를 위해 쌀 이외의 수입이 많은 밭작물의 국내 생산과 소비 확대도 중요하다. 주산지를 중심으로 밭 기반이 정비된 지역부터 규모화 된 공동경영체를 생산-유통-수급조절 주체로 육성해 지원하고, 공동경영체와 산지유통·가공시설을 연계해 수확 후 처리, 가공, 소비를 유도하는 등의 계획을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겠다.

밭 기반 또한 단순 정비방식에서 용수 개발, 농로개설, 경지정리 등 종합 정비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참고로 2020년 식량자급률 목표치는 60%이며, 2013년 자급률은 47.2%였다.


백신정책도 구제역 근절에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 축산농가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대책과 축산농가의 근본적인 소득보장에 대한 방안도 궁금하다.

최근 구제역 발생 원인은 백신접종이 소홀했던 돼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방역전문가들에 따르면 정확하게 백신을 접종하면 충분히 구제역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구제역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발생·인접지역에 대해 긴급 백신접종을 지원하고, 이동통제, 소독 지원과 더불어 백신접종 요령 등 기술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아울러 전문적인 역학조사를 통해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긴급방역대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백신구입 비용과 소독 지원 등 농가의 구제역 방역을 지원하는 만큼 농가 또한 방역에 대한 책임의식이 중요하다. 때문에 농가 위반부분이 확인될 경우 법규 범위 내에서 강력히 대응하고, 성실한 방역에도 피해가 발생한 농가에 대해 적절한 살처분 보상금, 생계안정자금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중 FTA 뿐 아니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베트남 등 동시다발적인 FTA 타결로 농업계는 공황상태다.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계획인지.

쌀 관세화 결정에 이어 영연방, 중국과의 FTA가 타결되면서 농업계의 개방화에 대한 불안이 어느 때 보다 큰 상황이다. 국가 전체적인 시각에서 풀어야 하는 입장에서, 우리 농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할 때라고 본다.

FTA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별 대책을 내실 있게 준비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농업·농촌의 본질적 가치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발전계획과 미래성장산업화 대토론회에서 제시된 경쟁력, 수출, 6차산업화 등의 전략을 중심으로 각종 제도, 정책, 사업 등을 전면 리모델링해 나갈 계획이다.

FTA를 수세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넓어진 시장을 공세적으로 활용해 수출 확대를 추진하겠다. 변화된 환경에서 강해지는 노력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때다.


농협 경제사업의 지주회사 이관 시점이 2월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농업계 일각에선 ▲농협 자율성 침해 ▲정부의 부족자본금 지원 지연 ▲경제지주와 지역농·축협 사이 경쟁 심화를 우려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은 농협 본연의 역할인 ‘판매농협’을 실현하기 위해 농협의 구성원인 농업인과 정부·국회 등 국민적 합의를 거쳐 결정됐다.

사업구조 개편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법률·세무상 제약사항으로 인해 농협이 자유롭게 사업을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경제지주와 일선 조합간 거래시 불공정거래행위 배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농협법과 경제지주의 세금부담이 중앙회 체제보다 높지 않도록 조세법령을 개정하는 등 제약사항을 전부 해소했다. 또 농협 부족자본금 5조원 중 4조5,000억원에 대해서는 이차보전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남은 5,000억원은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현물출자가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향후 농협경제지주회사는 일선조합의 거래교섭력을 강화하는데 목적을 두고, 조합과의 공동투자를 통해 농민조합원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판매하는데 전념하게 된다. 김치·쌀 등 여러 조합이 생산하고 있는 품목을 묶어 브랜드화하고 가공시설을 확충하는 등 농협 경제사업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며, 직거래·홈쇼핑·수출 등 다양한 판매루트를 개척해 농협경제지주회사가 ‘판매농협’의 구심점으로서 농가소득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도·점검해 나가겠다.

 

2년 연속 농산물 값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농식품부도 수급조절위원회를 통해 농산물 수급안정에 노력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농가가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보는데.

2013년부터 정부 자의적 판단에 의한 시장개입을 지양하고, 정부와 생산자, 유통인,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해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의 경우 기상여건이 유례없이 양호했고, 작황도 좋아 생산량은 늘었으나, 소비는 둔화되다보니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농산물 생산·유통은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기상여건 등에 따른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근본적인 변화와 성과를 도출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만은 사실이다.

2015년에는 농산물 수확량 감소나 가격 하락으로 농가의 품목별 수입이 일정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수입보장보험제도’를 3개 품목(콩·포도·양파)을 대상으로 시범 추진하고, 종합 성과평가를 거쳐 품목 확대방안을 검토해 나간다. 또 밭농업직불과 밭고정직불 등을 통해 농가경영안정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으론 계약재배 확대, 연합판매사업 강화 등으로 농가소득을 높이는데 힘을 모으고, 최저가격제도와 연계해 시장격리 또는 소비확대 등을 통해 농가가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우리부는 앞으로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농업관측을 고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산지 지자체, 농협, 생산자, 산지유통인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중심으로 자율적 면적조절(대체작물 전환, 휴경제 등)을 통해 사전적 수급대응능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새해 다변화된 농업환경이 시작된다. 2015년 농정구상의 핵심방향을 들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하겠다.

지난해 우리 농정의 화두는 ‘개방화’였다. 쌀 관세화, 한-중 FTA, 영연방 FTA 등 굵직한 핵심 농정이슈들이 있었으나 큰 갈등 없이 마무리되면서 농업계 내외부에서 새해 농정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2015년은 공세적 농업전략을 통해 미래성장산업으로 대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토대는 농업계 내외부 역량결집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상생협력’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5천만 국민이 공감해야 3백만 농민이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겠다.

개방화에 대한 도전과 응전이라는 우리 농정의 역사적 과정에서 볼 때, ‘미래’와 ‘상생협력’을 두 축으로, 국민에겐 안전하고 안정적인 식량을 공급하고, 농민들에겐 일터 쉼터, 나아가 삶터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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