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삼류 소설

  • 입력 2014.12.27 13:57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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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말의 희망이 물거품이 됐다. 그나마 부빌 언덕은 헌재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예상밖에 8대1로 통합진보당 해산은 결정났다. 아울러 국회의원직도 박탈했다. 당원 10만이 종북주도세력에게 휘둘렸다고도 하고 북의 주장과 비슷하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1987년 민주항쟁의 결과물로 세워졌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로서 역할을 하라고 다짐을 둔 터였다. 그래서 다른 데는 다 몰라도 헌재만큼은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헌재는 소설을 써서 세계만방에 고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른 생각을 말할 자유, 비판할 자유가 핵심으로, 그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독재국가라 할 수 있다. 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국민이고 정당의 존폐 또한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해서 결정하도록 하는 게 헌법정신이어야 한다.

법을 잘 모르는 촌부라도 헌재의 소설 속 상황같은 시츄에이션엔 손가락질을 할 수밖에 없다. 법에 의해 판단하고, 법에 의해 정의하고, 법에 의해 정리되고, 법에 의해 판결을 내야 한다. 그런데 헌재는 추정에 근거해 판결을 했다. 거짓 논리도 정연하게 맞아야 사람들이 수긍한다. 그런데 그럴것이다 란 추정으로 세기에 드문 정당해산 판결을 하고 더 나아가 헌법조문 어디에도 없는 의원직 박탈까지 월권을 하다니. 이것은 삼류소설이다. 삼류 시나리오다.

우리나라 헌법체계는 미국식이다. 제헌국회에 올라간 헌법을 기초한 이는 유진오 박사이고 그가 기초한 헌법에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자유, 평등, 평화, 박애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헌법은 군부독재에 의해 유린된 후 국민들의 열망과 투쟁으로 복구했다. 이후 신자유주의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다시 왜곡되기 시작했다. 헌법의 왜곡은 하위 법률들에 의해서다. 신자유주의 금권과 권력은 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재편하면서 헌법정신을 왜곡했다.

당장 헌법 제121조에 규정된 경자유전의 원칙만 하더라도 얼마나 왜곡되고 보잘것없이 변해버렸는가. 우리나라 농업의 근간이 되는, 농사짓는 자만이 소유해야하는 농토가 법률에 의해 버젓이 돈있는 자와 권력 있는 자들에게 넘어간 현실은 서글프기만 하다. 농민들이 땅을 갖지 못하니 원가는 오르고 경쟁력은 약해지는 것인데 이런 왜곡된 현실엔 눈감아버리고 엉뚱한 판결로 세계 인민의 웃음거리가 되려고 하는가.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체제를 불안하게 한다는 막연함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결정을 할 것이 아니다. 지금도 헌법을 거스르는 법률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특히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해야할 법망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사회적 종지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소설은 소설가들에게 맡겨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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