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농협중앙회, 지역농협 통제 도 넘어

무안 지역농협, 마늘·양파 계약재배 ‘갑’들만 모여 가격 결정

  • 입력 2014.12.27 08:5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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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은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지역농협 경제사업 간섭으로 지역농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농협과 계약에서 ‘을’의 입장인 농민들에게 사실상 가격협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아 슈퍼갑질이란 원성이 높다. 올해 사업구조 개편으로 경제사업을 활성화해 농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의지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런 대목이다.

전남 무안군 운남농협(조합장 박봉호)은 지난해 11월 농협중앙회로부터 2015년산 마늘·양파 계약재배사업 참여 제한조치를 통보받았다. 농협중앙회는 2014년산 양파 수매단가를 결정하면서 무안군조합장협의회가 결정한 가격을 운남농협이 적용하지 않은 걸 문제삼았다. 이에 운남농협은 종전 정부(80%)와 농협중앙회(10%)에게 무이자자금 지원을 받아 진행했던 양파 계약재배사업을 100% 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 지난해 12월 전남 무안군 운남농협 저온저장창고 앞에서 양파를 그물망에 담는 작업이 한창이다.

당초 운남농협은 2013년 12월 계약재배농가들과 1망(20㎏)당 1만원으로 수매가를 결정하고 약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수확기 양파값이 하락해 이 가격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무안군조합장협의회는 6월 회의에서 양파 수매가를 1망(20㎏)당 7,000원으로 합의했다. 운남농협도 협의회에서 합의한 7,000원으로 수매가를 낮추려 했으나 농가들은 약정에 따라 가격협상을 요구했다.

운남농협과 농가들이 작성한 약정서 8조는 ‘수매시기 갑(운남농협)과 을(농가)은 산지가격을 감안, 상호협의해 수매가를 결정한다’고 명시했다. 결국 운남농협과 농민들은 3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1망(20㎏)당 8,100원으로 수매가를 확정됐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운남농협이 시군협의회(조합장협의회) 결정을 따르란 지침을 어겼다며 자금지원 제한을 통보했다. 농협중앙회 산지유통부 관계자는 “과도하게 높게 책정한 수매가는 농협 경영에 문제를 일으켜 부실이 발생된다. 또, 같은 시군지역에서 농협별로 수매가가 다르면 조합원들이 불만을 가져 2012년부터 시군협의회를 통한 수매가 동일 지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군지역 조합장협의회의 가격결정 권한에 정당성을 부여할 근거가 없으며 시군협의회가 조합장협의회를 지칭하는지도 애매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 게다가 조합장협의회는 계약상 ‘갑’들만 모인 회의이기에 농협중앙회의 지침은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조치일 수밖에 없다. 운남농협 관계자는 “보통 각 지역농협 이사회가 가격결정을 하는데 최근 중앙회가 조합장협의회에서 결정한 가격을 가능하면 준수하라고 지도했다. 지역농협의 자율성을 중앙회가 통제하는 측면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역농민들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농민들의 가격협상 권리를 무시한 처사라며 분개했다. 성일호 운남면 항장마을 영농회장은 올해 양파값 하락을 호소하며 “전반적인 농산물 시세가 불안정한데 정부 및 농협중앙회 지원이 끊기면 계약재배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운남농협 양파 계약재배사업 규모는 지난해 16만망에서 10만망 수준으로 축소되며 계약체결시 책정하는 수매가도 1만원에서 8,000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수매가 협상에 참여한 한 양파농가 대표는 “생산비가 인건비를 포함해 1망당 7,500원 수준이다. 최저생산비는 받아야 할 것 아니냐”며 “약정서에도 갑과 을이 합의해 가격결정하는 조항이 있는데 조합장협의회가 결정한 가격을 따르라는 건 슈퍼갑질이고 원천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석 무안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조합장협의회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건 담합행위”라며 “양파농사를 지속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계약재배사업을 물가안정정책으로만 바라보는 게 근본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동욱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 주무관은 “시군협의회에 조합장, 농협 농정지원단장, 행정관계자등이 참석하도록 열어놓아 조합장협의회도 (시군협의회에)해당된다”며 “2015년산 마늘·양파 계약재배사업 지침에선 시군협의회에 농업인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수정했다. 계속 내용을 보완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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