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의 불편한 진실

  • 입력 2014.12.21 12:02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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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0년 5월 20일, 서대문 밖 여염집에서 곤장을 맞은 독 때문에 신음하고 있던 윤휴에게 사약이 내려졌다. 그는 금부도사에게 필묵을 요청했다. 금부도사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유언마저 거부당하자 그는 소주를 달라고 요청했다. 사약의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는 소주를 마시고 사약을 들이켰다. 그가 죽은 후 조선은 침묵의 제국이 되었다. 불편한 진실을 말하지 못하도록 구조화 됐다.

윤휴는 송시열 최대의 맞수였다. 명분만을 숭상하는 주자학을 비판하고 정권유지방편이 돼 버린 북벌을 비판했다. 특히 신분제의 혁신을 주장한 것이 명을 재촉하는 화근이 되었다. 호포법, 호패법 등을 주장했다. 호패법은 형식의 문제지만 민본사상을 담고 있어 양반들의 반발을 불렀다. 호포법은 실제 경제권의 평등문제였다. 그간 양반들은 군포(병역세)를 납부하지 않았으나 모든 가호가 동등하게 군포를 납부하도록 제안해 양반 사대부들의 격렬한 반대로 목숨까지 버리게 됐다. 결론은 양반 사대부들에게 세금을 먹이자는 정책이었고 이를 통한 민본사상을 실천하자는 것이었다.

그것과는 반대로 군역의 부담을 줄인다며 영조대에 균역법을 실시한다. 이는 군포를 한필로 감해서 거두는 것이다. 양반들이 군포를 내지 않는 상태에서 감필은 국가재정의 파탄을 가져 올 수밖에 없다. 증세 없는 복지 개념과 닮아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여러 잡세를 신설 한 것이다. 결국 이는 조세제도를 흔들고 백골징포에 이르게 된다. 조선은 이로써 민중항쟁의 시기로 빠져들었다. 불편한 진실이 어둠속에서 뛰쳐나오지 못하게 한 대가는 엄청났다.

담뱃값 인상이 꼼수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명분으로야 국민건강을 위해서라지만 더 위험한 각종 배기가스나 오폐수를 줄이는 정책은 없다. 또 담뱃값을 얼마나 인상하면 세금이 많은지 연구해서 9조원의 최고치를 찍은 2,000원 인상을 결정했다니 가소롭다. 정작 담배갑에 넣어야 하는 혐오적 사진들은 넣지 않기로 했다는 것은 담배 계속 피워 세금 확보에 차질 없게 하란 말과 다르지 않다.

자본기업에겐 20조원의 세금을 줄여줬다. 그렇다고 그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렸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어떻게 하면 비정규직 일자리 만들어 인건비를 줄일까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부자감세를 해주면서도 각종 간접세를 올려 세수확보를 하고 있다. 아이들의 숟가락을 뺏고 애연가들을 봉으로 삼았다.

아, 물론 담배가 건강에 해로운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담배를 처음 피우던 광해군 시절 애연가 장유에 의하면 “필경 이 물건이 열이 있으니 폐를 상하게 할 터”라고 경고 했다. 담배가 해로운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것은 애연가들의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정책이 중요하다. 그깟 어정쩡한 담배값 인상으로 담배를 끊겠는가. 오히려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부자감세를 돌려막는다는 생각만 들게 할 뿐이다. 이런 정부, 참 나쁜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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