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지향하는 농협, 개혁 바람부터 귀 기울이자

  • 입력 2014.12.21 02:47
  • 기자명 홍기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룡처럼 커지는 농협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지역농협 혹은 조합원인 농민과 경쟁하는 사업들이 늘어나며 협동조합 본연의 목표를 잃은 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농협은 2014년 한 해 동안 몸집 불리기에 여념 없었다. 지난 6월엔 우리투자증권·우리비바생명보험·우리금융저축은행 지분을 인수했으며 9월엔 국내 종자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농우바이오를 인수했다. 이달엔 중소기업유통센터, 수협중앙회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영TV홈쇼핑 사업 진출을 공언했다. 농협은 이미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인 홈앤쇼핑 지분을 15%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협은 택배사업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같은 농협의 사업 확장 행보를 지지하는 농업계 여론도 존재한다. 농협의 농우바이오 인수는 국내 종자기업이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한 의미가 있다는 것.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김준봉, 한농연)는 지난달 성명을 내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을 촉구한 바 있다. 한농연은 “직거래 확대를 위해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서 법률적,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농협 신경분리와 맞물려 진행 중인 경제사업 확장은 지역농협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10월 농협 경제사업 지주회사 이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한 조합장은 “농협중앙회가 농축산물 판매 주식회사를 만들기 시작하면 회원조합이 판매하는 시장이 잠식될 가능성이 있어 일선조합은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농협이 자랑하는 안성농식품물류센터 사업을 두고도 지역농협의 우려가 적잖다. 센터에 농산물을 일부 공급하는 전북의 한 지역농협 조합장은 “센터로 공급하는 물량은 센터 수수료 외에도 연합사업 수수료를 따로 지출해 이중으로 수수료가 들어간다”며 “이중 수수료 지급은 농가들에게도 피해가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농협에서 연합사업에 공급하는 물량은 전부 안성농식품물류센터로 들어간다.

농협은 로컬푸드와 꾸러미 사업 등 영세소농들이 이미 진출한 사업분야에도 발을 들인 상황이다. 윤병선 건국대학교 교수는 “농협 로컬푸드 매장에 지역 영세고령농이 참여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재는 허울만 로컬푸드”라며 “꾸러미 사업도 일종의 종합선물세트 보내듯 구색 갖추기에 급급해 지역농민들이 소비자와 관계 형성을 맺는 의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꾸러미사업 관계자는 “쇼핑몰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농협 꾸러미 사업이 농민들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거대 유통망을 보유한 농협이 영세소농들의 직거래까지 위협하는 게 적절한지 돌아봐야할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8월 “공룡이 몸집이 작아서 멸종된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을 못해서 멸종됐다”고 말한 바 있다. 내년엔 동시 조합장선거를 맞아 쏟아지는 개혁 요구에 적극 화답하는 농협이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