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의 새로운 지평

  • 입력 2014.12.20 16:42
  • 수정 2014.12.20 16:46
  • 기자명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경남의 무상급식 포기로 해묵은 급식 논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부자 아이들에게 주는 급식예산으로 가난한 학생들을 공부시키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자 아이들에게 주는 공짜 책도 다 빼앗고, 학비도 소득비례로 걷어야 맞다. 어른답지 못하다. 애고 어른이고 먹어야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한다. 먹는 것 가지고 학교에서 눈치보고 기죽는 가난한 학생들이 공부인들 맘 편히 잘 되겠는가?

학교급식은 교육활동이다. 먹거리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정립하고 전통 식문화와 식습관을 계승 발전시키는 식생활교육의 일환인 것이다. 먹거리는 피와 살, 근육과 뼈 등 인간의 건강한 신체를 구성해 주는 근원이다. 영양교사들은 밥은 보약이요, 아침밥은 명약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또 육류의 과도한 섭취, 트랜스 지방과 불건전한 화학첨가제가 많이 들어 있는 식품, 환경호르몬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식품을 먹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다.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사회에서 학교가 부모를 대신하여 먹거리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급식을 통해 건강과 생명의 가치관을 가르치고, 지역 먹거리가 지역농업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알려주고 있다. 모든 생명체가 협동하여 한 그릇의 밥을 만들어 내고, 지역의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원리를 깨우치고 있다. 학교급식은 식재료를 가까운 곳에서 조달하는 지역생산-지역소비(로컬푸드) 체계를 갖추는데 가장 효과적인 소비 형태 중 하나이다. 이러한 학교급식의 의의는 상식이 되었다. 이제 학교급식은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가고 있다. 학교급식은 식생활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농업교육, 지역생산-지역소비, 학농교류 등과 결합되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매년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이 되면 전국의 학교에서 가래떡을 식재료로 하여 학생들에게 요리도 시키고 그 의미를 가르치는 ‘찰떡궁합 가래떡 데이’ 행사를 연다. 쌀의 중요성과 농업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행사인 것이다. 또 10월 24일에는 ‘사과 데이’ 행사를 통해 사과를 건너면서 친구나 가족에게 서운하게 했던 과거 일에 대해 사과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상대방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가슴에 담고 있던 일에 대해 한쪽의 사과편지와 함께 사과를 주는 행사라는 것이다. 남에게 물적으로나 심적으로 피해를 주거나 가슴 아프게 하고도 반성이나 사과할 줄 모르는 뻔뻔한 어른들의 낯을 뜨겁게 해주는 일이 아닌가?

학교급식은 지역의 농촌을 견학하고 체험하는 계기로 활용되고 있다. 학교급식 식재료가 생산되는 지역농촌의 생산지를 방문하여 농산물의 생산과정을 견학하고 설명을 듣는다. 또 체험활동을 통해 농산물 생산과정의 어려움을 몸소 겪는다. 학생과 농민 간의 이해와 소통, 지역농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고취시키는 학농교류 활동이다.

충남에서는 ‘도심 속 학교 논과 학교 텃밭 만들기’를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서울과 대전, 충남의 초등학교에 플라스틱 큰 통에 학생들이 직접 모를 심고 가꾸는 행사이다. 가을이 되면 수확하여 탈곡도 하는 가을걷이 행사를 한다. 이 행사도 학교급식과 농업교육, 정서함양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역의 농민이 학교 하나씩을 맡아 지도하고 있다. 이런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이 현저히 줄었다는 학교 측의 이야기도 들린다.

또 월 1회 친환경 식재료 전시와 설명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친환경농산물에 대해 인식시키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의 생산과정, 겉모양, 안전성 등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는 친환경농산물 생산자조직과 공동으로 진행된다. 금년 10월에는 영양교사회와 충남교육청, 충남도청이 공동으로 ‘로컬푸드 영양체험 한마당’이라는 행사를 하였다. 학교급식 식재료의 전시와 다양한 놀이 행사, 시식 등을 통해 학부모에게 학교급식에 대한 체험과 지역 먹거리를 홍보하는 것이다. 소비자인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으로 예상치 못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예로부터 먹거리를 중시하는 우리 민족의 정서에 부합되는 다양한 행사가 학교급식을 매개로 하여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고 교류하며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또 하나의 유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