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동안 말잔치 한 게 아니라면, 후속조치 뒷따라야”

쌀산업 발전협의회, 이해영 교수에게 듣는다

  • 입력 2014.12.19 11:49
  • 수정 2014.12.21 17:1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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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일부터 쌀시장을 전면개방하겠다”는 정부의 발표 이후, 513% 관세율 확정, WTO 쌀 양허표수정안 제출까지 일련의 과정이 올 하반기에 집중됐다. 앞으로 벼농사를 더 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불안한 농민들은 2년째 농산물 값 폭락이라는 시름까지 떠안은 채 한해를 보냈다.
그 한 켠에 쌀산업발전협의회가 움직이고 있었다. 농민단체, 학계, 민간연구소 등 11명의 협의회 위원들이 4개월간의 논의 결과를 최근 보고서로 모아냈다. 농식품부 차관과 공동 위원장으로 활동한 이해영 교수는 유일한 ‘비농업계’ 인사다. 통상전문가가 바라본 ‘쌀산업발전협의회’. 과연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쌀 관세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지난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 이해영 한신대 교수
“마침 프레스센터에서 행사가 있던 차에 연락을 받았다. 쌀산업발전협의회 첫 회의 때부터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초반부다. 협의회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러운데… 구성자체는 비대칭 불균형이다. 그래서 균형을 맞추려고 전농에 기울 수 밖에 없었다(웃음). 협의회는 성격상 자문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맹탕은 아니다. 농식품부의 차관, 국장까지 참여했으니. 실질적 평가는 논의 내용이 얼마나 정책으로 만들어지고, 입법화 되는지에 달렸다고 본다. 각각의 입장차가 상반된 주체들이 결과보고서까지 냈다는데 형식적 평가를 할 만하다. 하지만 몇 달 동안 말잔치만 한 게 아니라면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한다.”

이 교수는 농민단체의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실 이렇게 끝까지 온 데에는 전농이라는 조직의 강력한 힘 탓도 있다고 본다. 정부도 그걸 잘 알고 있다. 노동계 같은 데는 노조를 배제하기 일쑤 아닌가. 이번 협의회의 경우 나름 통합시키려는 정부의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완주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안타까운 것은 농민단체 진영이 분열돼 있다는 점을 안고 싸워야 하는 것이며, 정부는 그걸 그때그때 이용할 거라는 점이다.”

내년 쌀 관세화 문제의 핵심은 513% 관세율 관철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WTO에 수정양허표를 제출했는데, 아직까지 이의제기는 없는 것 같다. 핵심은 513% 관세율 관철이다. 대외 협상과정에서도 관철되고, 그러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밥쌀용 의무수입, 국별쿼터’ 폐지도 굉장히 중요한데, 이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결정해서 통보하면 끝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자꾸 미국 등에 뭘 해줘야 할 것처럼 말하는데, 미국에 5만톤 국별쿼터를 유지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왜 이런 타성에 젖었는지 걱정스럽고 무서운 일이다.”

한편으론 MMA 물량 40만9,000톤의 영구수입문제도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04년 재협상 당시의 ‘양허표60’을 몇 번 읽었는데, 왜 소비량의 8%까지 늘렸는지, 왜 40만9,000톤을 영구적으로 수입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야말로 노예문서인 재협상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해야 한다고 본다. 당시 소비량의 8%라는 기준이 현재는 쌀생산량과 재배면적 감소 등에 영향을 받아 거의 10%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앞으로 소비량 대비 MMA 수입량의 비중은 더 늘어날 텐데…. 이거야 말로 진짜 재협상을 해야 할 문제다. 세상 어느 나라가 한 산업에 영구적으로 치명적인 수입량을 고정시키겠나. 불행한 것은 정부의 재협상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쌀은 주식이고, 또 농식품부의 존재 이유 아닌가.”

통상전문가의 눈에도, 쌀 생산량 감소는 우려스러운 부분이었다. 현재 80%대의 쌀자급률이 최악의 조건들로 60%까지 떨어질 걱정도 하고 있다. 그는 불평등한 MMA 물량 40만9,000톤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워 공론화 하겠단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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