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를 생각한다

  • 입력 2014.12.14 12:23
  • 기자명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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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아무리 생각해도 계산이 안 나오는 것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다. 분명 식량자급률이 22% 남짓이고 그나마 쌀을 빼면 5%정도라고 정부는 말한다. 그럼 우리는 약 78%를 수입농산물에 의존해서 산다는 이야기다. 그게 사실이라면 올해 내내 농민들이 갈아엎거나 수확을 포기한 농작물들은 도대체 어디에 해당하는가 말이다. 계산이 안나오기는 쌀도 마찬가지다. 작년 우리 쌀 생산량은 423만톤, 1인당 밥쌀 소비량은 67kg이다. 이걸 환산하면 전국민이 밥쌀로 소비한 양은 약 300만톤이다. 그런데 쌀 자급률은 87%이고 작년 쌀 수입이 58만톤이다. 의무수입량인 40만톤을 훌쩍 뛰어넘은 양이다.

이유야 수천, 수만 가지 있을 수 있겠다. 그 중 가장 심각한 이유를 꼽으라면 난 주저없이 가공산업 육성을 포함한 6차 산업을 꼽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보자.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 이유는 그것을 농산물로 팔기 위해서다. 그것을 공장식 대량생산하는 가공식품의 원료로 쓰기 위해서도 아니고 더 나아가 그런 힘든 노동의 현장을 도시민들의 눈요기거리로 만드는 관광산업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끊임없이 6차 산업을 외치고 그것만 잘하면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고 선전한다. 난 이런 돈벌이로 농업을 폄하하는 정부가 몹시 불쾌하다. 마찬가지로 그렇게 해서 돈벌었다고 광고하는 언론이나 방송도 불쾌하다. 또 거기에 자랑스럽게 등장하는 돈벌이 대박을 낸 농민들도 안타깝다. 그런 농민은 300만 농민 중 손으로 꼽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렇게 하면 된다는 성공 신화의 희생양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먹는다는 것은 유엔도 인정한 인간의 기본권이다. 그렇다면 그 기본권을 가능하게 하는 농민들은 좀더 존중받아야 한다. 아니, 훨씬 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경쟁력 운운하면서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을 자꾸 돈벌이로 폄하하는 사회의 흐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그것은 우리 국민의 먹거리는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 즉 밥상에 올라가는 주요 농산물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수매함으로써 안정적인 생산이 보장되어야 가능하는 것이다. 농민단체들이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를 위한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제도를 과거의 추곡수매와 비교하면서 갈등만을 유발할 것이라는 이유로 계속 거부하고 있다. 과거 추곡수매제도가 갈등을 유발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 가격결정 과정에 생산자인 농민이 빠졌기 때문이다.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 몇 명이 모여 이 정도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가격을 결정하고 이를 농민들에게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단 말이다. 농업이 돈벌이 산업이라면서 그 상품인 농산물 가격은 공급자인 농민이 결정할 수 없도록 만든 제도는 그동안의 정부의 입장에도 반하는 것이다. 주객전도도 이런 주객전도가 없다. 생산할 때는 산업이라고 하면서 왜 정작 그것을 팔 때는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가 말이다. 사실 정부가 이런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정부 스스로도 먹거리는 인간의 기본권이므로 그만큼 먹거리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대우를 농민들에게 해 주어야 한다.

지금 농민단체에서 주장하는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에는 과거 추곡수매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기초식량보장위원회에 농민단체가 포함돼 있다. 이것만 가능하면 수매가격에 따른 갈등유발이라는 정부의 핑계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그뿐 아니다. 모든 작물을 무조건 다 수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농산물로 정해진 작물 일정량을 정해 수매하도록 함으로써 계획생산 내지는 계약재배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것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올해같이 온갖 농작물을 갈아엎거나 수확을 포기하는 일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수매가격 결정을 위한 생산비조사도 위원회의 역할에 포함시켜 놓았다.

농민들이 안심하고 온전히 농사에만 전념하는 세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농민과 소비자, 정부 3자가 모든 것을 함께 조사하고 결정하는 제도를 농민단체가 제안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마다하는 정부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다시,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를 전면에 내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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