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놈. 때놈. 뙤놈?

  • 입력 2014.12.13 12:33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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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을 하지 않아 때가 많이 껴서 때놈이라고 하는지, 뭣이든 떼를 지어 하니 떼놈이라 하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중국인들을 얕잡아 그렇게 불렀다. 그런데 표준어가 있다. 되놈이다. 되는 뒤이고 뒤는 북쪽이다. 그렇다면 옳거니! 북쪽 놈이란 말이구만. 압록강 두만강 이북에 사는 사람, 그러니까 여진족이나 흉노족을 일컬음이다. 중국이 우리를 동이(東夷)라하고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고 하는데 바로 북적에 해당하는 오랑캐다. 그러다가 여진족이 천하를 통일하고 중원을 차지해 청(靑)을 세운 다음 중국인이면 모두 되놈이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아직까지 뙤놈이라며 중국인들을 얕잡아 보는 것일까? 역사적으로 두 가지 사건이 겹쳐져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삼전도의 치욕이다. 인조가 청태종 누루하치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항복을 했던 병자호란 말이다. 효종이 북벌을 계획한 후 조선사회는 언젠가는 오랑캐를 징벌하고 삼전도의 치욕을 씻고자 했다. 실력은 안되면서 가슴속으로만 칼을 벼리기 250년이었다. 그리고 조선은 왜(倭)에 망했다. 그것이 민중들에게도 함의 되어 뙤놈이라고 무시한 것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중공군이 쳐들어 왔다. 그들을 겪어 봤던 많은 사람들에 의해 핏속에 살아있는 뙤놈의 기억이 살아났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도 그들을 비하하는 정책을 폈다. “무찌르자 오랑캐 중공 오랑캐”라는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놀이를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그렇게 400여년 동안 뙤놈이라며 중국을 깔봤다.

그런데 이젠 그들이 우리의 삶을 규정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져가고 있다. 제주 특별자치도가 중국인들의 것이 된다며 제주도민들이 아우성이다. 우리식탁의 7할을 차지해버린 중국농산물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다. 중국인들이 명동의 쇼핑몰을 싹쓸이 하며 거리를 활보한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의 시각에는 뙤놈들 엄청 시끄럽네” 하고 만다.

중국을 G2라고 우리 스스로 말하기도 하지만 중국은 우리를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하는 자만도 섞여 있다. 아직도 털어내 버리지 못한 의식 속의 뙤놈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역내 모든 나라가 무관세로 무역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이 기웃거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TPP는 미국의 중국 길들이기라는 말도 있다. 여기에 대항하는 중국도 만만치 않다. 한국과의 FTA를 서둘러 체결하고 호주와도 FTA를 체결했다. 그리고 더 나가서 아시아 자유무역지대(FTAAP)구상과 역내포괄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미국을 견제하는 판을 짜고 있다. 중미간 경제전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아직도 우리에겐 뙤놈들에 불과한 것인가. 북벌의 의지도 실력도 기르지 못하고 오직 명분으로만 북벌을 외치던 조선의 선비들처럼 뙤놈이라는 경멸을 버리지 못하고 지난 삼전도의 치욕만을 기억 할 것인가. 아니 압록강의 분루만 기억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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