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원 전남지원, 보급종 20톤 빼돌려 판매하다 ’덜미’

“농민한테 갑 노릇도 미운데…” 횡령 규모 더 늘어날 전망

  • 입력 2014.12.12 15:5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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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남의 한 지역농협 임원들의 횡령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 사건에 연루된 유통업자의 계좌분석 중 국립종자원 전남지원 직원들의 횡령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전남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지난 2일 농업용 종자를 빼돌려 유통업자 등에게 판 혐의(업무상 횡령)로 A씨(41) 등 국립종자원 전남지원 공무원 2명을 입건, 수사하고 있다.

A씨 등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쌀, 보리, 콩 등 종자 20t가량(3000만원 상당)을 빼돌려 유통업자나 농민 등에게 팔아 그 대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종자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선 업무 담당자들로 종자를 보관·출하하는 과정에서 빼돌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차명계좌에서 3억원 가량의 금전 거래 사실을 발견하고 자금의 흐름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현재 파악된 물량만 20톤인데, 더 확대될 것 같다”면서 또 “혐의를 인정한 직원 1명이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차명계좌 3억원 거래상황 등을 봤을 때 개인보다는 조직적 혐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집중 수사의 뜻을 밝혔다. 입건된 직원은 이 팀의 막내로 지난 2001년 근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경찰의 수사는 팀원 전체는 물론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간 옛 직원까지 수사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그는 “수사를 하다 보니 종자원이 지역농민들에게 갑노릇을 했더라”면서 “종자원과 계약재배한 농민들은 수매할 때 제일 특등보다 20%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데, 쌀값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다보니 농민들은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악용한 종자원 직원들이 포장검사, 품질검사처럼 검사를 하러 와서 접대를 받는 등 횡포가 심했다”고 씁쓸해 했다.

한편 국립종자원 본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르지만, 언론이 보도한 대로 보급종 종자가 아닌 종자를 선별하고 난 규격외품(쭉정이를 비롯해 아주 크거나 작은 종자)을 ‘부산물’이라고 하는데, 이 부산물을 공매처분이 아닌 개인이 임의로 처리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량확인을 수시로 하고 교차점검 등을 통해 이같은 불미스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각 지원에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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