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먹거리 체제로

  • 입력 2014.12.07 18:42
  • 수정 2014.12.07 18:45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우희종 서울대 교수

미국, 중국은 물론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거나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신없이 진행되고 있는 이들 국가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가장 치명적으로 타격을 받는 분야는 농축산 산업분야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더욱이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태도가 주변의 그 어느 나라보다도 관대한 한국정부의 입장과 함께 생각해 볼 때 현 상황에 직면해야 하는 농축산인의 마음은 무겁다 못해 당장 생업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다. 또한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이 정치인들과 관계 부처가 마치 선심 쓰듯이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은 하나 같이 대기업에게 유리한 내용들뿐이다.

결국 앞으로 불 보듯이 뻔한 국제간 식량전쟁에 있어서 최소한의 식량주권마저 포기한 우리나라의 모습이지만, 누구도 귀 기울여 들으려 하지 않는 시대가 되다보니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이들은 눈먼 정부 지원금에 눈독을 들이고 적당히 농축산인 흉내나 내면서 목소리 높여 정부 돈이나 챙겨 가려는 이들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더욱 깊어지면 깊어지지 결코 개선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생각해보면 쌀을 포함해 대부분의 농축산 제품을 값 싸게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낮은 가격의 물량을 당장 확보하겠다면 위와 같은 상황에 대한 대처에 있어서 더욱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모든 이에게 혜택이 가는 것도 아닌 정부 지원금에나 기대면서 세월을 보낼 수도 없다. 다른 여러 산업분야와의 균형을 찾고 미래의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해야 할 점이 무엇일까. 물론 자국 생산의 농축산식품이 우리에게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가 되는 것은 당연할지 모르지만, 이미 많은 농축산물이 수입되어 주변에 범람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농축산업계가 단지 식량산업이라는 관점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농축산식품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먹거리로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 활동에 기반하고 있음도 분명하다. 이미 지난 2011년, 유럽연합(EU)이 2050년을 내다보면서 발간한 ‘한정된 자원의 세상에서 지속가능한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SCAR; Sustainable food consumption and production in a resource-constrained world)’라는 보고서에서도 심도 있게 다뤄졌지만, 기본적으로 식량자급률이 감소하고 수입식품은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추세에서 농축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과감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상기한 보고서는 농축산식품은 단지 먹거리만이 아니라 건강한 사회 구현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필수불가결의 분야임을 강조한다.

최근 이곳저곳에서 지속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지속가능한 먹거리란 생산자와 소비자까지의 연결망과 체제를 총체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의 사회적, 경제적, 생태적, 과학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실천이 담기게 된다. 다시 말하면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위해서는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 건강, 가격,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 나라 간 FTA로부터 TPP를 비롯한 ‘메가 FTA(초대형 다자간 자유무역협정)’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대에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국내 농축산물은 더 이상 식품안전성만의 문제를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연관 산업의 총체적 발전과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함께 가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