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 입력 2014.11.30 02:24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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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트’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비정규직이 600만이 넘는 우리시대의 자화상이라며 노동조합에서 집단관람도 하고 있다. 대규모 유통점 계산원들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우리사회의 아픈 곳을 쑤셔대며 소위 지도층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개봉관이 제한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카트’는 물건을 담아 나르는 기구를 말한다. 아이들과 함께 물건을 사러온 주부들을 위해 아이들이 탈 수 있도록 아예 구조를 바꿔놓은 ‘카트’도 등장했다. 금요일 저녁이나 휴일날엔 가족이 모두 대형유통점으로 몰려가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호모콘수무스(homo consumoos)라 하는데 ‘카트족’이라 이름 붙여도 무방할 듯하다. 이런 카트족들은 소비를 하나의 삶의 행위로 간주한다. 5일 동안 직장에서 일하고 휴일엔 아이들과 ‘카트’를 밀면서 스스로 호모콘수무스임을 과시한다. 이런 소비를 통해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위치를 확인하고 느끼는 것이다. 카트에 가득 채워진 소비물품들은 생필품부터 다양한 소비재들이다. 그런데 담겨진 물품들이 자신의 삶에서 꼭 필요한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엔 ‘카트’를 사용하도록 한 대형유통점들의 상술이 자리 잡고 있다. 상품의 진열에서 동선의 고려, 조명과 음악장치, 카트의 크기까지 모든 것들이 소비를 촉진하도록 꾸며진다. 거기다가 원플러스 원, 잠깐 세일, 특판 등으로 소비자들이 자신의 주머니가 털린다는 사실 조차 잊도록 만든다.

미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으로 초대형 할인행사를 한다고 해 소비자들의 귀를 팔랑이게 한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매년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미국 쇼핑 시즌이 개막되는 날이다. 이런 행사는 소비자에겐 좋은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기업 측면에선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기회다. 재고를 소진시키려 하는 것은 또 다른 생산을 위해서다. 기업이 생산이 중단되는 것은 자전거의 논리와 같다. 쉼없는 페달질로 자건거는 굴러가야 쓰러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호모콘수무스는 기업의 먹잇감에 불과하다.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 됐다. 각종 백화점과 유통매체들이 미국시장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판 광군제(알리바바 주도의 독신자들을 위한 할인의 날 11월11일), 한국판 사이버먼데이(블랙프라이데이 뒤 온라인마켓 할인의 날 12월1일)까지 등장했다. 이런 마케팅도 결국은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한 상술이다. 그러나 이미 소비자들은 그것들을 즐기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필요한 많은 물품들을 소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들이 기업이 만들어낸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틀 속에서 그런 것임을 안다면 우리가 반성해야 할 지점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가 생산하는 농산물들도 그 속에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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