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을 바꾸는 조합장 선거 ④ 감시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농협

구멍 숭숭 뚫린 농협 감사 … 유명무실 전락
“조합원 참여로 분권적 운영 체계 구축해야”

  • 입력 2014.11.22 23:25
  • 수정 2014.11.23 18:5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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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1일, 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전국 1,360곳(농·축협 1,149곳, 산림조합 129곳, 수협 82곳)에서 열린다. 본지는 첫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에 관한 여러 쟁점을 종합한 기획을 준비했다. 격주로 게재되는 총 10회에 걸친 본 기획이 지역농협 개혁을 이끌 의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 전국농협노조와 전국축협노조는 지난달 26일 서울역 광장에서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타파를 위한 상경투쟁 대회를 벌인 뒤 농협중앙회 앞까지 행진했다.
농협의 각종 방만·부실 운영은 농협의 부실한 감사체계에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감사를 벗어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으며 설령 감사에 걸려도 면죄부에 가까울 정도로 가벼운 조치가 내려지기 일쑤란 지적이다.

물론 농협의 외형만 살펴보면 허술한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지역조합엔 조합원들이 선출한 이사, 감사, 대의원들이 빼곡하게 배치돼 조합이 허튼 짓을 못하도록 견제할 수 있다. 지역본부가 2년에 1번씩 시행하는 정기감사는 유착의 여지를 제거하게끔 타지역본부에서 내려올 때도 많다. 게다가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가 직접 나서 특별감사 카드를 뽑기도 한다.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면 체계가 잘 갖춰져도 소용이 없다. 농협들이 공동으로 만든 독립사업 법인, 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조공법인)은 대표적인 구멍 중 하나다. 농협법은 농협중앙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권한을 위탁받아 조공법인의 사업계획과 수지예산 집행 감사 및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직원 위법행위나 일상 업무 감사 기능은 빠졌다. 또, 농협중앙회 조감위사무처가 조공법인을 감사할 수 있는지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올해 9월말 현재 조공법인 수는 총 96개소. 총 취급액은 2조5,372억원에 이른다. 최규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공법인 자체감사나 주관조합의 정기감사로는 사고예방에 한계가 있다”며 “주기적으로 농협중앙회가 감사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농업정책자금을 한도를 초과해 대출해도 초과취급액을 이차보전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에 그칠 때가 많은 점도 국감 도마에 올랐다. 박민수 새정치연합 의원은 최근 2년간 3,000만원 이상 농업정책자금 대출 건을 분석한 결과, 융자한도 초과 대출·무자격 대출 등 각종 부당 대출한 사례가 62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총 127차례에 걸쳐 76억 4,883만원을 대출받았다.

고액 부적정 대출 사례는 2010년 이래 1억원 이상 121건, 3억원 이상 21건 등으로 확인됐다. 이에 박 의원은 “영세농가들은 대출받으려해도 요건이 까다로운데 대농이 대출받으면 오히려 기준을 완화해 심사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취급 부적정에 대한 엄격한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체계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사례도 있다. 서산축협(조합장 정창현)은 카드깡, 조합재산 유용 의혹으로 지난해 농협중앙회 조감위사무처로부터 특별감사를 받았다. 특별감사를 통해 3,800여만원의 현금을 부정하게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조합장이 견책을 받고 개인 사비로 부정사용한 금액을 갚는 수준에서 무마됐다.

조합장이 면죄부를 받은 서산축협은 올해 더욱 혼탁해진 모습이다. 조합장 가족의 하나로마트 외상대금 부당 대납, 기프트카드를 이용한 변종 카드깡, 부실 조합원 실태조사 의혹 등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서산축협은 지난달 정기감사와 함께 다시 특별감사를 받았다. 아직 감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역 여론은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서산축협 조합원은 “부실 조합원 실태조사 문제를 물었는데 아무 이상없다고 하더라”며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방법이 있지만 같은 지역사람이라 부담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서산축협 관계자는 “내부고발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고 검사역에게 직접 하나로마트 외상 대금 문제 등을 말했는데 밝혀주질 못한다”고 기막혀했다. 이어 “자신들은 수사권이 없다며 형사고소로 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감사는 왜 하는거냐”고 개탄했다.

서산축협을 감사한 농협 충남검사국 관계자는 “감사 결과는 올해 안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며 “현재 심사 중이라 내용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농협의 부실·방만 운영을 바로잡으려면 분권적 운영 체계로 조합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호중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은 지난 4일 대전에서 열린 협동조합 교육에서 “경영진을 견제해야할 이·감사들의 역량 미흡과 대의원의 주체적 참여 부족으로 각종 비리와 부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조합원의 주인의식 부재 속에 조합원의 대리인인 임직원의 독단과 전횡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협동조합은 원래 조합원 자신에 의한 소유와 운영을 전면에 내세우는 조직이다. 사업운영 조직에 참가하는 등 분권적 체계 구축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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