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은 가을 추수를 마무리하며 맞이하는 농민들의 생일날인 농업인의 날이다. 생일날 철원에서 펼쳐지는 ‘가래떡데이’를 위해 분주한 준비로 며칠을 보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할까? 몇 년 동안이나 하고 있는 행사지만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은 매번 똑같다. 며칠 전에 떡을 만들어 시식을 하며 평을 들어보고 필요한 준비 사항을 점검하고 홍보 현수막을 걸며 대비를 한다. 이왕이면 더 많은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떡에 대한 기대도 만족 시켜줄 수 있도록 맛있는 떡을 전달해 주어야 할 텐데 하며 고민들을 나눈다.
올해에는 가래떡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찹쌀로 떡을 뽑고 가래떡 속에 견과류가 들어간 팥고물을 넣고 겉에는 콩고물을 입혔다. 두 가락씩 낱개 포장을 한 다음에 가래떡데이 스티커를 포장용기에 붙여서 가래떡에 의미와 모양을 더해 보았다. 비용과 노력이 더 들어가지만은 빼빼로 과자보다도 더욱 건강하고 맛있고 예쁜 떡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속 될 것이다.
올해에는 학급 친구들이 빼빼로 과자를 안사기로 하고 가래떡을 기다리자고 했다는 딸애의 친구가 전하는 말에 씽긋 미소를 짓고, 한 아름의 빼빼로 과자를 들고 오던 딸애의 손에 달랑 하나만 들려온 과자를 내려다보며 작은 변화를 감지해 본다.
다만 지난 10일 ‘한-중FTA의 사실상 체결’이라는 어이없는 생일 선물을 받고 맞이하는 올해 농업인의 날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수출 위주의 정책으로 편향된 산업화를 위해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을 홀대하는 나이든 정부와 정치 그리고 돈밖에 모르는 못된 자본보다는 미래의 주인공들을 만나는 잠시의 시간이 훨씬 희망이었다. 농민들의 생일날에 농민의 한 사람으로 우리의 먹거리를 지키고자 하는 정부의 신중한 농업정책이 펼쳐지기를 바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 욕심이 아니기를 바란다.
철원 ㅣ 김용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