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중국산 농산물, 한-중 FTA까지 가세

쌀 협상제외 ‘무의미’ … MMA 밥쌀용쌀 최다 수출국
20% 김치관세도 인하 … 가공양념류 수입증가 ‘우려’

  • 입력 2014.11.16 15:47
  • 수정 2014.11.16 20:3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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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월만에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0일 ‘실질적 타결’이라는 종지부를 찍었다. 한-중 FTA 결과에 우리 정부는 ‘경제영토는 세계 3번째로 커지고 경제 성장률을 5년 후 1.25%까지 올려놓을 것’이라며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더구나 우려했던 농산물 개방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아 상당히 고무돼 있다. 쌀을 협상에서 제외했고, 신선농축산물 대부분을 양허제외 품목에 포함시켰으며, 지역화 문제도 WTO 규정을 준수하는 것으로 타결했기 때문이다.

표면상으로 ‘한-중 FTA’는 농업분야에서 선방했다고 보여진다. 과연 그럴까. 이미 국내 농산물 시장은 값싼 중국산 농산물로 가격 폭락 등의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한-중 FTA가 아무리 농업보호에 최선을 다했다한들, 최소한의 충격도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30개월만에 한-중 FTA 협상타결

한-중 FTA는 2012년 5월 첫 번째 협상을 개시한 이후 30개월만인 지난 10일 ‘실질적 타결’로 일단락 됐다. 한-중 정상은 기술적인 사안은 연내 마무리하도록 양국 협상단에게 지시했으며, 양국 통상장관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한-중 FTA 합의 의사록’에 서명했다. 기술적 협의가 끝나는 대로, 올해 말까지 가서명을 추진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는 협상 타결 공식선언 이후 농축산물의 협상결과를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특히 “우리 주요 농수축산물에 대한 국내적 우려를 최대한 반영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농수축산물 중 수입액 기준 60%를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그 중 절반에 해당하는 30%는 어떠한 추가 개방 의무도 없는 ‘양허제외’를 획득하는 등 최대한 보호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이렇듯 의기양양한 것은 ▲농수축산물 30% 양허제외는 이미 체결한 12개국과의 FTA 중 유례없는 큰 비중 ▲쌀을 비롯해 고추, 마늘, 양파, 사과, 감귤, 배, 쇠고기, 돼지고기 등 주요 농수축산물이 양허제외 대상 ▲위생·검역(SPS) 협상에서 지역화 조항은 WTO 수준으로 타결 등의 이유에서다.

 

김치·혼합조미료·고구마 전분 ‘관세인하’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협상’이기 때문에, 우리도 내준 시장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 첫 번째가 김치. 농식품부는 “배추와 양념채소 및 김치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김치의 현행 관세 20%를 19.8%로 감축해 양허표를 제출했다. 일명 다대기라 부르는 혼합 조미료·기타소스 또한 부분감축 대상에 포함돼 45%였던 관세가 40.5%로 조정된다. 고구마 전분 또한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으로, TRQ로 매년 고정물량 5,000톤을 수입하게 됐다.

채소류 중에도 참깨는 TRQ로 매년 2만4,000톤을 배정하고, 들깨는 5년에 걸쳐 현행 관세 40%를 36%로 부분감축 한다.

수입재료 쓴 가공식품 ‘한국산’ 인정

농식품부가 막판까지 조율하기 ‘힘든 협상’이라고 손꼽은 ‘원산지’ 부분에 있어 신선농산물은 국내생산 보호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설정했다. 낙농품, 화훼·채소류, 과일, 곡물·곡분 등은 국산재료를 이용하는 경우에만 특혜관세를 적용 받도록 하는 완전생산 기준이다.

하지만 소시지, 초콜릿, 인스턴트 커피, 과채류 조제품 등은 수입산 재료를 사용해도 ‘한국산’ 표기가 가능하도록 원산지 기준이 완화됐다.

올해 말까지 ‘가서명’ 예정

실질적 타결이라는 종지부를 찍은 한-중 FTA는 정식서명까지 절차가 남아있다. 일부 기술적 사안에 대한 협의 이후, 협정문 전반에 대한 법률검토작업, 가서명, 번역작업을 통해 정식서명에 이른다. 또 정식서명을 하고 나면, 국회 비준동의안을 제출해 국내절차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중국산 범람한 국내 농업 피해, 가속화

한-중 FTA만 놓고 보면, 농축산물의 방어에는 일단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11일 “주요 농산물 대부분이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돼, 국내 농업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또 국산 자급률이 낮고, 중국산 수입의존도가 높은 대두, 참깨, 맥아(보리), 팥 등 일부 개방이 이뤄진 품목들도 저율관세할당량(TRQ) 제공으로 직접적인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김치와 혼합조미료 등 일부 가공농산물은 소폭의 관세율 부분감축으로 수입증가 효과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중 FTA 체결과 무관하게 이미 국내 시장에 미치는 중국산 농축산물의 폐해는 심각한 지경이다.

일례로 부분관세 감축이 이뤄진 김치의 경우, 1년에 20만톤 가량 수입되며 고속도로 휴게소의 90%가 중국산이다. 외식업계 상당수가 중국산 김치를 선호하고 있다. 싼값의 매력에 한 번 길들여지기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배추값 폭락의 한 원인이 넘치는 중국산 김치이고 보면, 현행 관세가 낮춰진다는 것은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또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채소류 또한 국내산 소비는 줄어들 것이 자명한 일이다.

중국산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이 국내산과 비교할 수 없는 조건이다. 100~500%라는 높은 관세율을 적용해도 우리 농산물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 한-중 FTA가 아무리 농축산물 방어에 성공했다 한들, 가까스로 버티던 한국농업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쌀 또한 협상에서 제외했지만, 의미가 없다. 내년부터 쌀시장은 전면개방되면서 수출국들과 협상을 남겨 놓고 있다. 5%의 낮은 관세로 밥쌀용 MMA 쌀을 가장 많이 수출하던 중국이, 손 놓고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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