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몰락

  • 입력 2014.11.16 12:39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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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를 비롯한 올멕, 호호캄 등의 문명들은 왜 몰락했는가. 이 문명들은 기원전 2000년 유카탄반도에 세워진 거대 도시들로, 이집트와 바빌로니아보다 조금 앞서는 시기에 발생한 문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들은 9세기에서 15세기 사이에 문명의 몰락을 맞는다. 왜 그랬을까. 반면에 초승달지역인 나일강, 유프라테스, 티그리스강 일원의 국가들은 오늘날까지 그들의 문화와 역사, 종교를 유지 발전시킨 문명을 이어오고 있다.

인류학자 제레미 사블로프는 경작의 중단 때문이라고 단정한다. 토양남용, 기후변화, 질병, 외부침략들에 의해 경작은 중단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적으로 경작 중단의 이유는 되지 못한다. 경작 중단의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무엇인가.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에 청와대는 국가개조를 다짐했다. 세월호 이후에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은 무엇이었던가. 청와대는 적폐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적폐청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의 울음을 외면하고 국가는 제가 정한 길로 가고 있다. 경제활성화라는 주술로 국민을 조정한다. 국민들은 저마다 자기 가슴에 바벨탑을 쌓는 노예가 돼가고 있을 뿐, 무엇이 어떻게 되어야 새로운 세상으로 가게 되는지 방황할 뿐이다. 제대로 된 무엇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에는 기존의 가치질서가 두터운 탓도 있지만, 그것을 깨쳐낼 용기도 없기 때문이다.

경제영토를 넓혔다고 자랑질이다. 아직 체결되지 않은 합의서를 두고 ‘사실상 타결’이라고, 승리의 타결이라고 자랑질 하지만 그 덕분에 누군가는 죽어나가는 꼴을 피하지 못할 터다. 경제 영토를 넓힌 것이 저 해남의 늙수구레한 고구마 농사짓는 농부에게 무엇으로 다가갈 것인가. 그에게 막걸리라도 부어줄 수 있는가. 아니다. 그것은 그에게 목숨을 요구할 뿐이다. 그가 살아온 오막살이와 그가 정성들인 고구마 둥지를 버려야 할뿐, 이 나라 경제영토는 그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무엇을 위해서.

우리는 관성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가치가 모든 것의 최선으로만 생각하는 유전적 치명타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치른 삼성고시라는 SSAT시험에 20만 명의 젊은이가 응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삼성의 채용은 몇 천 명에 불과 할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현실속에서도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들 중 아주 일부라도 삽을 들고 들판으로 나가 경작으로 삶을 꾸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미친놈 취급받는다. 자유무역이, 경제영토 확장이 우리의 평온한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면 미친놈이 되는거다. 이것이 유전자의 오류다. 무엇이 삶을 안온하고 평화롭게 만들어 줄 것인가를 고민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탓이며 그렇게 교육당한 탓이다. 마야문명이 몰락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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