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위기, 네 일이 아닌 ‘내 일’이 돼야 한다

  • 입력 2014.11.14 15:48
  • 수정 2014.11.14 15:52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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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준 충격은 우리 사회에서 점점 흐려지고 있다. 세월호의 침몰은 신자유주의가 파생한 문제로 침몰 직전인 한국 사회를 비유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세월호의 병폐를 잊어가고 있다. 내가 속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분명 우리 모두가 풀어가야 할 과제임에도 우린 남의 일인 양 구경만 할 뿐이다. 이처럼 사회구조적 결함에서 파생된 위기가 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은 책임을 온전히 개인에게만 돌리는 신자유주의의 폐해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업도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개방농정으로 인해 수입농산물이 물밀 듯이 들어오면서 농산물 가격 폭락은 어느새 만성화됐다. 주식인 쌀 또한 20년 째 가격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고, 생산비 보장은 당연히 남의 얘기다. 내년에는 쌀 시장 개방 등 농업은 총체적 난국에 처해있다.

이 때문에 지난 10일 전국의 농민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나락 적재에 돌입했다. 농민들은 개인당 2톤 이상의 나락을 싣고 와 적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익산시 춘포면지회 회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나락을 가지고 오려는 농민들이 많아서 오히려 말렸을 정도라고 하니 쌀 농가의 절박한 심정이 어느 정도인지 느껴진다. 나락을 적재하는 바쁜 순간에도 농민들의 한숨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문제는 일반 소비자들인 국민들에게는 농민의 절박한 심정이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안 될 농사를 짓는 것도 농민의 선택이고, 값 폭락도 생산을 많이 한 농민의 탓이 된다. 농업의 위기를 농민 개인에게 책임을 돌림으로써 남 일이 된다.

그러나 농업 문제가 과연 농민만의 문제만일까. 나락 적재 현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농업이 뿌리인데, 뿌리가 없으면 다 죽는건데…”라며 쌓여가는 나락을 보며 답답한 심정만 토로했다. 쌀 시장 개방은 농업 포기라고 한탄하는 농민도 “소비자가 너무 몰라준다”며 원망스러운 심정을 토해냈다.

농민이 농사를 포기해 안전한 먹거리가 사라지면 그때도 농민을 탓할 것인가. 농약범벅 농산물, 값비싼 농산물 등 개방농정의 피해를 받는 것은 우리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농업을 지키는 일이 내 피부에 와 닿는 일이 돼야 한다. 남이 아닌 ‘나’를 살리는 일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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