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수확한 배추‧무 … 학생이 “완판이요”

사진이야기 農‧寫 ‘농활은 이런 것’ 인천-강원도 직거래장터 성황

  • 입력 2014.11.07 16:20
  • 수정 2014.11.07 16:24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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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뚝 굵기보다 더 굵은 무를 차곡차곡 트럭에 싣는다. 이날 수확한 무만 1,000여개에 달했다.
   
▲ 드넓은 배추밭에서 쓸만한 배추를 고르는 게 농민들의 일이었다. 고르고 고른 배추가 탑차에 실렸다.
   
▲ 직거래장터의 인기품목은 바로 무배추였다. 김장을 앞둔 주민들이 배추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 인하대 학생들이 강원도 특산물을 진열해놓고 판매하고 있다.

“자잘한 무는 빼고 큰 거만 뽑아.” “배추는 속이 단단해야 해.” 지난 4일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건천리의 한 고랭지밭, 정선군농민회 회원들이 무밭과 배추밭을 오가며 수확하는데 여념이 없다. 무는 씨알이 굵은지, 배추는 속이 꽉 찼는지 ‘기준’ 이상이 되는 녀석만 골라 트럭에 가득 싣는다. 직거래장터에 내놓기 위해 남겨둔 것들이다. 무는 1톤 트럭에, 배추는 탑차에 나눠 실은 농민들은 이날 오후 인천으로 향했다.

“배추 얼마에요?” “천 원이요.” “무는요?” “무도 천 원이에요.” 시장통에서나 들릴 법한 시끌벅적한 소리가 학내에서 울려 퍼졌다. 소문을 듣고 삼삼오오 모여든 지역주민들은 장터가 채 차려지기도 전에 농민과 흥정이 붙었다. 특히, 김장철을 앞둔 시기라 ‘좋은 녀석’만 골라 사려는 주민과 모두 ‘좋은 녀석’임을 내세우는 농민‧학생간의 팽팽한 신경전도 줄다리기처럼 이어져 장터에 묘미를 더했다.

지난 5일 인천시 남구 인하대학교 후문 내 공터에서 강원도 농민과 인하대, 인천대 대학생들이 함께 ‘2014 인천-강원도 직거래장터’를 열었다. 올해로 10회째. 농활로 인연을 맺은 정선군농민회와 인하대 공대학생회가 지난 2005년 첫 직거래장터를 연 뒤 철원, 춘천, 홍천 등 지역 농민회가 합세하며 장터의 규모를 더욱 키웠다.

‘10년 인연’을 자랑하듯 이날 농민들이 내놓은 품목 또한 배추, 무를 비롯해 쌀, 콩, 감자, 더덕, 도라지, 가시오가피, 헛개나무, 곤드레, 황기, 들기름, 참기름, 개복숭아 발효액 등 가짓수만 해도 20여개에 달했다.

이은배(45) 정선군농민회장은 “농활로 맺어진 오랜 인연이 직거래장터로까지 발전해 의미가 더 크다”며 “학생들이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열성적으로 참여해 더욱 고맙고 기특하다”고 말했다. 김현철(27) 인하대 공대 학생회장도 “이 시기가 되면 지역주민들로부터 문의전화가 올 정도로 장터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여름농활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장터가 보여주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팔씨름대회, 떡메치기, 막걸리 빨리 마시기, 농업현안 퀴즈 등 다양한 행사를 곁들인 직거래장터는 농민과 학생의 끈끈한 정을 확인하며 7일까지 열렸다. 그 사이 한 차 가득 싣고 온 배추와 무는 ‘완판’됐다. ‘농민학생연대활동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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