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식량기구(FAO) 토론회에 다녀와서

  • 입력 2014.11.07 16:11
  • 수정 2014.11.07 16:18
  • 기자명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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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FAO는 국제연합(UN)의 상설기구로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 영양상태 개선, 농촌지역 빈곤해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본부는 이탈리아 로마에 있으며 사무총장은 브라질 출신의 호세 그라지아노 다 실바이다.

FAO는 올해를 ‘가족농의 해’로 정하고 농업에 대한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새로 선출된 사무총장은 더 나아가 다양한 농민단체와 의견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지난달 27〜30일에 로마 FAO본부에서 농민단체와 국제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국제토론회는 3개의 농민연합과 함께 준비되고 진행되었다.

세계농민연합(WFO)은 기업농부터 소농까지 참여한 단체로 자본과 시장 지향성이 강하며, 국제농민포럼(WRF)은 비정부기구로 구성된 조직이다. 마지막으로 농민의길(LVC, 비아캄페시아)은 중소농을 대표하는 진보적 농민조직이며, 전농과 전여농이 여기에 가입되어 있다.

나는 FAO초청을 받은 전농의 대표로 LVC의 구성원이 되어 국제토론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국제토론회의 주제는 가족농의 해였다.

농민들중 90% 이상이 가족농이며, 가족농이 인류 식량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고 농촌사회와 자연환경을 지키고 있지만 현재는 불행하게도 가족농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농이 무너지면 인류의 식량문제가 더 깊어질 것이고 농촌 공동체가 파괴된다는 점에 모두 우려했으며 가족농에 대한 도전과 대책을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가족농에 대한 도전은 농업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이로 인해 이농현상이 줄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대규모 이농과 인구의 농촌유입 중단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세계무역에 의해서도 가족농의 해체는 심화되고 있다. WTO, FTA가 추진되면서 개발도상국이나 농업후진국의 가족농 해체가 멈추지 않고 있으며, 또한 국가의 식량정책까지 간섭하면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에 문제인식을 같이 했다.

이어 가족농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토론되었다.

국가차원의 정책강화가 많이 대두됐다. 공공식량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 농민에 대한 토지와 금융에 대한 접근권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토지와 금융 없이 농업이 유지될 수 없는데 갈수록 토지와 금융은 농민들 손에서 멀어지고 자본과 권력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생태와 종자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주장되었다. 자본에 의한 수탈농법이 아닌 자연순환 속에서 함께하는 농생태가 농업의 대안이라는 것이다. 또한 농업의 시작이고 끝인 종자를 기업이 장악해서는 안 되며 농민이 생산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청년과 여성에 대한 권리강화도 주장되었다.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청년에 대한 지원과 여성에 대한 배려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며 이 부분에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국제토론회 마지막날에는 FAO와 LVC가 단독으로 토론회를 진행하여 LVC를 소개하고 함께하기 위한 진솔한 대화가 진행됐다.

FAO는 이번 토론회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2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세계 가족농의 해’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후에도 농업의 주제를 정해 집중적인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농민 목소리에 귀를 닫아버린 한국정부와 너무나 대조적인 FAO 국제토론회에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많은 지혜와 힘을 모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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