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513%라도 쌀 수입될 수 있다

  • 입력 2014.11.07 16:09
  • 수정 2014.11.07 16:18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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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원 중앙대 교수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쌀시장을 전면 개방하면서 513%의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쌀이 전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각종 언론과 매체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쌀시장 개방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강력한 논거이다. 그럴 듯 해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물론 어느 누구도 쌀시장이 개방 후 513%의 관세하에서 쌀이 얼마만큼 들어 올 것이라고 확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여러 가지 각종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내 쌀 가격, 수입 쌀 가격, 환율, 부정유통, 허위수입가격통보, 일부 소비자들의 선호 등 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3%로 관세를 부과하기만 하면 쌀이 수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정부의 논리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그것은 ‘평균’ 개념의 무책임한 적용이다.

‘평균’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잠깐 살펴보자. 우리는 일반적으로 서울대가 국내에서는 최고 좋은 대학이라고 말하는 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평균’ 개념, 즉 평균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서울대 입학생의 평균점수와 타 대학 입학생의 평균점수를 비교하면 그렇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타 대학 입학생 중 어떤 입학생은 서울대 입학생의 평균점수보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즉 실제로는 서울대의 모든 입학생의 입시성적이 타 대학 입학생의 그것보다 높지 않을 수 있음에도 서울대가 타 대학보다 좋은 대학이라고 우리는 ‘평균’ 개념으로 얘기할 뿐이다.

또 우리의 1인당 GDP는 약 3만달러고 중국의 1인당 GDP는 약 7,000달러니 중국보다는 우리나라가 더 잘사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 또한 ‘평균’ 개념으로 보아서 그렇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사람 중 어떤 사람은 우리의 평균소득보다 높을 수도 있다. 모든 한국 사람들의 소득이 모든 중국 사람들보다 소득이 높다는 의미가 아님에도 한국은 중국보다 잘 사는 나라라고 ‘평균’ 개념으로 얘기할 뿐이다.
우리는 이 ‘평균’ 개념을 잘못 이해하거나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리고 별로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는다. 구성원 전체의 ‘평균’ 개념으로 얘기할 때와 구성원 개개인을 놓고 실제로 얘기할 때는 다를 수 있음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쌀 관세화 개방과 관련해서도 우리 사회는 이런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 쌀값이 80kg당 약 7만원 정도라면 513%의 관세를 부과했을 때 국내 가격이 약 36만원 정도 된다. 이는 국내 쌀 가격 17만원보다 비싸기 때문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 때 수입 쌀 가격 36만원과 국내 쌀 가격 17만원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이것이 앞에서 지적한 ‘평균’ 개념으로만 보는 오류라는 것이다.
국내가격만 하더라도 그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한 조사 자료에 의하면 연속적인 풍작으로 쌀 가격이 하락하였음에도 최근 2년간 대형할인점에서 판매되는 206개 브랜드 쌀의 소매가격은 평균 26만원, 최고 56만에 이른다. 미국산 쌀의 경우도 관세를 메긴다 하더라도 24~29만원 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산 쌀의 경우 미국 쌀보다 가격이 낮으니 20만원내외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 또한 미국산 쌀과 중국 쌀의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이니 이보다 저렴한 미국 쌀과 중국 쌀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국내 쌀 가격 17만원을 기준으로 쌀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와 관변학자들의 주장은 너무도 안이하고 무책임한 주장이며 쌀 시장 개방을 위한 괴변에 불과하다. 따라서 아무리 513%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쌀이 수입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쌀 소비량 약 400만톤 중 10% 정도인 40만톤 정도만 추가적으로 수입된다면 국내 쌀 생산기반과 시장은 크게 요동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대책을 강력히 세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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