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가격 그대로, 도 넘은 대형유통업체 쌀 할인행사

농식품부 자제 요청 후에도 할인 지속

  • 입력 2014.11.07 16:05
  • 수정 2014.11.07 16:19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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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매장에서 쌀 할인행사 중인 농협 하나로마트(왼쪽)와 홈플러스(오른쪽).

대형유통업체의 도를 넘은 쌀 할인판매 행사가 벼 수확기를 맞은 농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형유통업체에 쌀 할인행사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크고 작은 할인 행사가 계속되면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최근 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형유통업체의 쌀 할인행사는 수년전부터 문제돼 왔다. 더구나 올해는 추수기와 맞물리면서 산지 쌀값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롯데마트는 황토햅쌀 20kg을 일주일간 3만9,500원에 판매하는 ‘통 큰 행사’를 벌였다. 이는 10년 전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이에 질세라 다른 대형유통업체들도 햅쌀 할인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햅쌀은 도매가보다 못한 가격에 판매됐다.

이에 농식품부는 대형유통업체에 쌀 할인행사 자제를 요청한 상태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15일 대형유통업체 3사와 농협중앙회 관계자가 참석한 농산물 가격 안정 간담회에서 쌀 할인행사 자제를 요청했다. 이어 25일 제주에서 열린 과일 생산·유통인 간담회에서도 이동필 장관은 대형유통업체에 수확기 쌀 가격안정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두고 전농 관계자는 “쌀 개방이라는 민감한 시점에서 농식품부가 쌀 값 하락 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할인행사는 계속됐다. 지난달 23일부터 5일까지 홈플러스는 철원미 20kg을 1만원 할인한 가격인 4만9,800원에 판매했으며 진미 20kg도 9% 할인해 4만8,800원에 판매했다. 이마트는 ‘창립 21주년 감사 대축제’라는 행사 제목을 내걸고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무농약 물레방아쌀 10kg을 2만9,800원에 판매했다. 심지어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도 황진쌀 10kg을 할인 판매했다. 지난 2일 기준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에서는 철원오대쌀, 의성 의로운쌀, 만세보령 황진쌀, 하나가득쌀 등 햅쌀을 많게는 12%까지 할인 판매했다.

이에 전농은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발표, 대형유통업체에 쌀 저가 판매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전농은 성명서에서 “쌀 할인 판매는 소비자를 끌어 모으려는 천박한 상술이자 수확기 쌀값을 떨어트리는 큰 요인”이라며 “농민들은 정부의 대책 없는 쌀 전면개방 추진으로 수확기 쌀값 하락을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농협 RPC는 대형마트에 쌀을 헐값에 넘기는 반농민적 행위를 자행해 오히려 농민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며 “농협중앙회와 정부는 반농민적이고 시장을 흐리는 RPC에 대해 수매자금을 중단하고 지원 자금을 회수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와중에 지난달 24일 방송된 SBS의 모 경제뉴스에서는 쌀 할인판매 자제 요청을 이해 못하겠다는 식의 방송을 내보내 농민들을 분노케 했다. 출연 앵커와 기자는 “국민들이 싼 가격에 좋은 쌀 좀 먹겠다는데 정부가 왜 말릴까”, “할인해서 수요를 만드는 게 좋지 않겠냐고 농민들을 설득하는 게 정부의 역할”, “쌀값하락과 할인판매는 별개의 문제인데 오버 하는 거 아닌가” 등의 막말을 내뱉었다. 이에 대해 전농 관계자는 “10년 전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할인행사가 계속되면 소비자들은 정상적인 가격도 비싸게 느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앞으로의 할인 계획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계획이 있다 해도 정부쪽에서 관장하다 보니까 큰 할인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할인은 민감한 부분이라 뭐라고 딱 집어 말하기 힘들다”며 답을 피했다.

전농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대형유통업체의 쌀 저가판매 중단을 단순 권고사항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관련부처와 철저한 현장점검을 실시해 쌀값 할인판매를 계속해 자행하는 대형유통업체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유통업체들의 농간이 계속된다면 대규모 불매운동은 물론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대응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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