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무림’에 대한 나의 야유
‘영남 무림’에 대한 나의 야유
  • 관리자 기자
  • 승인 2008.02.0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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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기의 농사이야기 - 21

‘잃어버린 10년 탈환!’ 이라는 구호 아래 똘똘 뭉쳐 ‘백마고지’를 점령하게 도운 그 ‘전우’들이 요즈음 ‘영남 무림’과 이명박정부 인수위원회를 지켜보며 심사가 슬금슬금 불편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나는 그 ‘전우’들의 표정을 훔쳐보는 재미가 여간 솔솔한 것이 아니다.) 굳이 제사상에 대추 밤 배 곶감 놓듯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지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신문을 펴고 텔레비전을 켜면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내가 보기에도 여간 민망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어째 하는 짓이 꼭 노무현정권 뺨칠 것만 같다.(영남 무림이여, 내공을 좀 더 끌어올려야 될 것 같다.)

빼앗겼던 고지를 되찾았으면 진지를 정비하고 구축하고 철옹성으로 만들어 다시는 빼앗기지 않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여전히 ‘무사’들은 낮은 자세로 임할 줄 모르고 버르장머리가 없어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아직도 예전의 못된 권위를 어깨 위에다 잔뜩 잔뜩 구겨 넣어 가지고 종횡무진 휩쓸고 다닌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농협 대의원총회에서 이·감사 선거가 있어서 명색이 선거관리위원이라 참석을 했다. 1부 행사가 끝나고 한창 진지하게 대의원총회가 진행되고 있는데 조합장이 전달된 쪽지를 보더니 표정이 굳어진 채 이윽히 앉았다가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고, 조금 있더니 ‘무사’(국회의원)가 뒷문으로 들어와 사람들과 악수를 하느라고 잔잔하게 파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파문은 물결을 일으키고 물결은 파도가 되어 몰려왔다. 그 와중에도 가까스로 총회는 계속 이어져 갔지만 어느 순간 느닷없이 중단되어 버렸다. 이유인 즉슨 ‘무사’ 인사말을 한다는 것이다. 장내는 잠시 바늘 끝 같은 저항이 있었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입바른 사람들이 무어라고 몇 마디 중얼거렸지만 입안엣 소리였고 나비 효과는 없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거리인가. 아니 아직도 이런 야만성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15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진행되고 있는 총회를 중단시키고 단상 앞에서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무사’란 존재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런 싸가지 없는 짓거리가 아직도 자행되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농협 직원을 통해 총회를 진행하는 조합장에게 쪽지를 전달하여 불러내고, 인사를 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사정하고 나중에는 은근한 압박까지 동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무사’는 답설무흔(踏雪無痕)의 경지에 닿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이라도 떨었어야지, 동냥아치가 남의 잔치판 흥이나 깬다고 뒤늦게 나타나 총회 분위기를 망쳐버리는 짓이 미안하지만 내게는 미국 무역센터를 뚫고 들어간 비행기의 자폭 테러처럼 여겨졌다.

나는 오래 전에 박정희와 전두환 그 일당들을 일러 ‘영남 무림’이라고 시에서 풍자했었다. 예나 지금이나 내 주변에는 영남 무림의 무사들로 즐비하다. 그들에게 있어 나는 영원한 철부지 이단아였다.

지금 영남 무림이 하고 있는 짓을 보면 1930년대의 작가 백신애의 수필 〈사명에 각성한 후〉가 떠오른다. 그이는 수필 서두에 이렇게 적고 있다.

“양두사(兩頭蛇)의 이야기를 아십니까? 몸은 하나인데 대가리가 둘 있는 배암이랍니다. 이 배암은 두 대가리가 서로 먹겠다고 싸움을 한답니다. 결국은 어느 편 입으로나 먹히기는 하는데 먹고 보면 두 대가리의 뱃속은 다 같이 불러진다는 것이랍니다. 배가 불러진 뒤에 생각하면 도리어 씹어먹는 편 대가리가 손해가 아니겠습니까. 입을 놀린 것만은 헛수고이었으니까요. 그렇지 않고 이가 건전한 편이 씹어먹는 역할을 하고 한편은 물도 먹어주고 외방으로 몰려오는 적을 방비도 해주고 한다면 쓸데없이 어리석게 잠깐 입속에 무르녹는 미각을 만족시키기만 위하여 싸움만 하느니보다 현명하지 않겠습니까. 서로 먹겠다고만 싸움을 하다가는 결국 그 배암 전체의 파멸을 촉진시킬 뿐이겠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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