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농식품부 배 수출 대책

구체적 대책 ‘전무’ 말로만 1,000톤 확대
국내가격 하락 우려

  • 입력 2014.10.26 19:30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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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가 배 수급안정 차원에서 “배 수출을 1,000톤 이상 확대 하겠다”라고 발표한 것을 두고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안일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정작 수출 현장에서는 업체의 발주가 들어오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 약 1만톤에 달하는 물량이 내수시장으로 풀릴 위험성이 있어 농식품부가 보다 더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배수출주식회사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원하는 건 중소과인데 올해 대과가 많이 나왔다. 또 업체들은 본격적으로 중국산 배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11월, 12월이 오기를 기다리며 소위 ‘간’을 보고 있다. 때문에 아직 발주가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지난해에도 수출이 계속 안 되다가 11월, 12월에 많이 나갔는데 올해도 그럴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수출되지 못한 배가 내수시장으로 풀릴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 가능성도 있어 최대한 수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수출국을 더 물색하고 국산배의 고품질,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배 수출국은 대만과 미국이 91%를 차지한다. 하지만 대만은 수입할당제도 적용으로 수출물량 확대에 한계가 있다. 이에 미국 배 수출시장 유지와 확대가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에서 중국산 배 수입을 허용한 이후, 저가의 중국산 배가 국내산으로 둔갑돼 유통되는 등 국내산 배 수출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2012년 미국 배 수입량은 중국에서 4,978톤, 우리나라에서 7,254톤이었으나 2013년에는 중국에서 1만40톤, 우리나라에서 8,293톤으로 전세가 역전됐다.

경기 평택시에서 배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현장에서는 수출이 안 돼서 고민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수출을 확대하겠다면 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올해는 대과가 쏟아져 중소과가 적다. 중소과를 원하는 업체들이 물건을 안 가져가니 작업을 완료하지 못한 채 방치하다가 업체들이 달라고 하면 그 때 주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출되지 못한 배가 내수 시장에 풀리면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다. 약 1만톤에 달하는 배가 시장으로 유입되면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할 것”이라며 “농식품부는 말로만 1,000톤을 수출 확대하겠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식품부 원예경영과 관계자는 “수출 현장에 문의한 결과 지난해보다 1,000톤 정도는 수출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을 반영해 수급안정대책을 내놓게 됐다. 하지만 현재 계획했던 것 만큼 잘 안되는 것 같다”며 “수출 확대를 위해 별도로 집행된 예산은 없는 상태고 앞으로 다른 품목과 더불어 수출 확대 대책을 세워나갈 예정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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