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을 바꾸는 조합장 선거 ② 농협 복지사업, 선택 아닌 필수

농협법 제1조 농협 목적 ‘삶의 질 향상’ 명시
“복지사업 활용해 지역농협 문 열게끔 해야”
농촌복지 해결 지름길 주목

  • 입력 2014.10.26 15:47
  • 수정 2014.10.26 22:0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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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1일, 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전국 1,360곳(농·축협 1,149곳, 산림조합 129곳, 수협 82곳)에서 열린다. 본지는 첫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에 관한 여러 쟁점을 종합한 기획을 준비했다. 격주로 게재하는 총 10회에 걸친 본 기획이 지역농협 개혁을 이끌 의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농촌 복지사업 수요가 늘어나며 농협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지역농협 중에서도 필요성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복지사업에 참여하는 수가 늘고 있으며 농협중앙회도 차츰 복지사업을 확대 강화하는 분위기다.

▲ 경북 문경 산동농협은 올 7월부터 4개월 동안 무상으로 주말 아동돌봄방을 운영한다. 장거리 이동하는 아동들은 농협직원들이 직접 차량으로 통학을 돕는다.
지난 18일(토요일) 오후, 경북 문경시 산동농협(조합장 황혁주) 산북지점 2층은 개구진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했다. 10명의 어린이들은 주말엔 이곳에 모여 또래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아이들은 전문돌봄교사들이 보살피는 가운데 동화구현, 그림 그리기 등의 프로그램을 체험한다.

산동농협은 7월부터 다음달 2일까지 산북지점 회의실을 리모델링해 만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농번기 주말 유아돌봄방을 운영하고 있다. 놀이방 맞은편엔 요리실을 갖췄으며 화장실도 아이들 키에 맞게 개조했다.

김미애 산동농협 산북지점장은 “주말엔 인근 어린이집들이 문을 열지 않아 바쁜 농번기엔 농가에서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다”며 “농어촌희망재단의 주말 유아돌봄방 시범사업에 응모해 현재 무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내 사업대상 아동이 35명인데 예산이 한정돼 다 받지 못했다”며 “올해 돌봄방을 운영해보니 지역농가에 필요한 지원이다. 재단에서도 내년에 사업을 더 늘릴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농업협동조합법 제1조는 농협의 목적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고 명시했다. 복지 사각지대인 농촌에서 농협의 복지사업 추진은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지역농협들은 읍면단위로 축적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해 민간 복지사업보다 효과도 더 크다는 게 일선 농협 복지사업 담당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충남의 한 지역농협 조합장은 “지역농협이 문화복지사업이나 사회공헌활동에 오랜 기간 뿌리를 내리니까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농협을 활용한 복지사업을 많이 진행한다”고 귀띔했다.

복지사업에 두각을 보인 지역농협 조합장들은 “복지사업을 하지 않으면 농협 사업이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조합장은 “농협말고도 구매사업을 하는 곳이 많다. 복지사업을 활용해 조합원들이 농협 문을 열고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결국 복지사업은 경제·신용사업과 연결된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농협중앙회 차원의 복지사업은 꾸준한 사업추진에 힘입어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06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추진한 취약농가 인력지원사업도 올해 영농도우미 지원사업에 1만 684가구, 가사도우미 지원사업에 9,285가구를 지원했다.(2014년 9.30 기준)

영농도우미 사업은 2주 이상 상해진단을 받았거나 질병으로 3일 이상 입원해 영농활동이 어려운 농가를 대상으로 가구당 연간 10일 이내로 인력을 지원(1일 6만원 이내에 자부담 30%)한다. 가사도우미 사업은 농어촌 거주 65세 이상 가구 등에게 연간 12회 무상으로 가사도우미를 파견하는 제도다. 농협중앙회는 올해에만 총 2만 6000가구에 인력지원을 하겠단 계획이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농업인행복버스는 지난해 9회, 올해는 지난달까지 41회 운영하며 총 3만 3,980명(의료지원 2만 272명, 장수사진 6,084명 등)의 농민들에게 문화·복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농협중앙회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 행복나눔센터도 주목받는 복지사업 중 하나다.

다만 의료서비스 확대는 조심스런 모습이다. 초기투자비가 많이 들며 지역의 기존 의료기관과 경쟁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제도적 제약사항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팀장은 “청소년 공부방 등은 실비를 받으면 학원법에 저촉되고 노래교실은 저작권법에 걸리는 형편”이라고 사정을 전했다.

강원지역 한 조합장은 “조합장들이 복지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경영문제 때문에 망설인다”며 “조합원 환원도 중요하고 인기 있는 사업이지만 복지사업의 당위성을 설득하면 복지사업에 적자가 나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협이 복지사업을 추진하면 적은 비용으로 농촌복지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진 농협을 통한 농촌복지 사업이 필요하며 농협 내부에선 상대적으로 경영환경이 좋은 도시농협이 농촌에 수익을 환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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