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 땐 주머니 속 편강 한 쪽

  • 입력 2014.10.26 15:16
  • 수정 2014.10.26 15:17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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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강을 김치를 담글 때 양념으로 쓰고 주로 생선이나 육류의 냄새를 제거하는 등의 향신료로 사용한다. 양념이라는 말은 약으로 생각하고 먹으라 하여 약념(藥念)에서 출발했다. 藥念 중의 대표인 생강은 따뜻하고 매운 맛을 가진 약성이 강한 약재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우리가 몸에 좋다고 해서 양념으로 쓰이고 있는 약성이 강한 음식의 재료들을 밥이나 빵처럼 많은 양을 상식(常食)하면서 몸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옳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양념은 약념(藥念)일 뿐이니 음식의 맛과 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아주 조금씩 넣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강은 고려시대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고려 현종 9년인 1018년에 최초로 재배되었다는 기록을 고려사에서 찾을 수 있다. 비장과 위장, 폐장을 이롭게 하는 생강은 구가의 성약(嘔家의 聖藥)이라 불릴 만큼 구토에 좋은 식품이다. <동의보감>에는 몸의 냉증을 없애고 소화를 도와주며 구토를 없앤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생강이 위점막을 자극해 소화를 촉진시키고 몸에서 열을 발생시켜 몸을 따뜻하게 하기 때문이다. 생선이나 게의 독을 해독하며 담을 삭이고 기침을 그치게 하는 효능도 있다.

그러나 생강의 껍질은 성질이 서늘하므로 겨울에 몸을 따뜻하게 하고자 한다면 꼭 껍질을 벗기고 써야한다. 또한 아무리 좋은 효능을 가진 생강이라 하더라도 평소에 눈병이나 종기, 치질 등이 있는 사람, 간염환자나 임산부 등이 생강을 많이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 구토에 좋은 聖藥이니 임산부가 먹으면 좋겠다하여 입덧이 날 때마다 먹는다면 후회하게 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중국의 성인 공자도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식사 때마다 생강을 챙겨 먹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몸에 한기가 들고 소화가 잘 안 되면 호도, 대추와 생강을 함께 넣은 죽을 끓여 먹으면 도움이 된다. 생강에 파뿌리, 대추를 같이 넣고 끓여 먹으면 감기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 목이 쉬어서 잘 안 나올 때는 생강즙과 무즙을 내서 먹으면 효과가 있다. 속이 차서 소화가 잘 안 될 때는 생강에 볶은 산사를 넣고 끓여 황설탕을 타서 먹으면 속이 따뜻해지고 배가 아픈 것이 나아진다.

오늘은 익산에 고추장 수업이 있어 갔다가 봉동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끌려 장터구경을 했다. 그곳에서 운 좋게도 매운맛이 여물지 않은 햇생강을 만났다. 앞뒤 재고 생각할 것 없이 무작정 한 봉지 사가지고 돌아왔다. 요즘 한창 나오는 햇생강은 맑은 노란색이 곱고 매운맛이 강하지 않아 양념으로 써도 좋지만 편강으로 만들면 제법 먹을 만한 간식이 된다. 적당히 맵고 적당히 달아 먹기에 좋을 뿐더러 소화를 돕는 좋은 음식이니 넉넉히 만들어 식탁 위에 놓아두면 식구들의 위가 늘 편안할 것이다.

저녁상 치우고 나는 생강이 상하기 전에 얼른 씻어 얇게 편으로 썰어 편강을 만들었다. 어찌나 껍질이 얇고 투명한지 껍질을 깔 수고도 필요치 않아 아주 좋다. 햇생강으로 만든 편강의 매운맛과 향이 피곤한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늘 배 아프다 징징거리며 추위를 심하게 타는 딸아이에게 한 움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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