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 18만톤 우선 격리한다

공공비축미 가격으로 매입 … 이달 안에 실행
현장, 쌀값 반등 ‘어렵다’ 무게 … 선지급금 동결 ‘우선’

  • 입력 2014.10.26 06:48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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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 개방, 단경기 실종 등 쌀시장 악재의 후과로 수확기 쌀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신곡 수요량 400만톤의 초과물량인 18만톤을 시장격리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쌀값 반등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가 수확기 쌀값 안정을 목적으로 신곡 수요량 400만톤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조속히 시장격리를 한다고 21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 14일 같은날 통계청이 발표한 쌀 예상수확량 418만톤 중 신곡 수요량 400만톤을 초과하는 물량 범위 내에서 매입해 시장격리하겠다고 잠정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농식품부는 11월 중순께 통계청이 쌀 실수확량 발표와 시기를 맞춰 확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도 안 돼 발 빠르게 시장격리를 확정하면서 ‘선제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김보람 사무관은 “시장격리를 확정해 발표했지만, 준비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린다. 이번 발표는 수확기를 맞아 시장에 쌀이 나오는 현재의 시기를 놓치면 자칫 쌀값 안정 효과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선제적 조치”라고 말했다.

시장격리 물량 18만톤은 창고 등 준비작업이 끝나는 대로 바로 실시할 예정이며 이달 안에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농식품부는 각 시·도에 신곡 18만톤의 우선 격리 방침을 통보하면서, 일선에서 조속히 매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 지자체에서 관련 업무를 차질 없이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감사를 비롯한 현장에선 수확기 쌀값 하락의 특단의 대책으로 공공비축미 선지급금 ‘동결’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보람 사무관은 “농촌경제연구원 분석을 보면, 공공비축미 선지급금은 가지급금으로 이듬해 1월에 확정되는 실제 쌀가격에 연관성이 없다. 우선지급금을 동결하는 것 보다 시장격리가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면서 “18만톤 물량이 적은 것은 아니다. 향후 추가 격리 여부는 동향을 보고 결정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시장격리 확정에 현장은 우선 환영 분위기다.

이효신 전국쌀생산자협회 준비위원장은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뒤늦은 시장격리가 의미 없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고, 농식품부와 농민단체, 전문가들로 구성된 쌀산업발전협의회(쌀협의회)에서도 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서 “지난 16일 논산에서 쌀생산자인 농민들과 협의회가 현장간담회를 하면서 ‘시장격리 하려면 빨리 하라’ ‘나중에 하면 영세소농들은 이미 헐값에 쌀을 다 팔아버린 뒤다’ ‘결국 대농 몰아주기로 갈 게 뻔하다’ 등 생생한 발언들이 오갔다”고 이번 시장격리 결정이 급진전된 배경을 설명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일정 부분 반영한 결과라는 뜻이다.

하지만 농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충남 당진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종섭씨는 “며칠 비가 내려 수확이 늦어지고 있다. 정부 시장격리 소식은 못 들었지만 이 지역은 수확량도 많고 쌀 전면개방 소식도 있고…. 심리적으로 떨어질 불안감만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농민들이 앞 다퉈 쌀을 내다 팔고 있는 실정”이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전남 함평의 박정재씨도 “시장격리를 안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재고미도 많고, RPC들 적자가 누적됐다고 아우성인 상황에 쌀값이 오를 희망이란 좀처럼 없다. 쌀값 더 떨어질 거 같아 정부가 시장격리다 뭐다 서두르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공공비축미 선지급금 동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한편 산지 햅쌀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15일 현재 산지 햅쌀 값은 80kg 한 가마에 16만9,668원으로, 10일 전 가격 17만7,844원에 비해 4.6%인 8,176원이 떨어졌다. 또 지난해 10월 15일 시세인 17만7,200원보다 7,532원, 4.3% 하락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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