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조합장 협의회 회비 지출내역 ‘깜깜’

지역농협마다 매년 수백만원씩 회비 납부 … 감사대상에선 제외
경기도 한 지역농협 10년간 총 4,480만원 납부

  • 입력 2014.10.19 20:08
  • 수정 2014.10.19 22:1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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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단위 지역농협 조합장 협의회가 불투명한 운영으로 조합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이들 협의회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내부 규정 신설이 시급하다.

동김제농협(조합장 최진오)은 지난 7월 자체감사에서 회의비로 김제시 조합장 자율협의회 특산물 증정과 식대 등 총 130만원을 쓴 사실이 드러나 내홍을 겪고 있다. 협의회 회비를 정기적으로 납부하면서도 별도로 협의회 관련 지출을 한 게 문제가 됐다.

최중교 동김제농협 감사는 “우리농협은 1년 협의회 회비로 400만원 남짓 납부했다. 관내 타 농협도 300~500만원 사이로 회비를 지급하는 걸로 안다”며 “매년 수천만원에 이르는 회비를 걷는 조합장 협의회 때문에 (회의비를)지출한 건 납득이 안 간다”고 주장했다. 최 감사는 이에 관한 시정을 요구했지만 동김제농협은 홍보 목적의 정당한 지출이라며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그는 “그럼 협의회 회비는 어디에 지출했는지 모를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불투명한 지역 조합장 협의회 운영이 근본적인 문제란 지적이다. 경기도 파주시 금촌농협(조합장 안광헌)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파주시 관내 조합장 운영협의회 회비로 총 4,480만원을 납부했다. 이필하 금촌농협 감사는 “협의회에 회비 지출 내역을 보여달라 했는데 자료가 어딨는지 모른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전했다.

파주시 조합장 운영협의회는 관내 9개 지역농협을 포함해 총 11개 조합이 가입했으며 농협중앙회 파주시지부(지부장 이석용)가 간사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본지가 확보한 금촌농협의 2003~2013년 협의회 회비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2003년엔 매달 15만원 수준이던 회비는 2012년부터 50만원으로 인상됐다. 이 내역에 따르면 금촌농협은 정기회비 외에 특별회비도 별도로 납부해 2012년엔 780만원, 2013년엔 660만원이나 협의회 회비로 지출했다.

분기별 150만원인 정기회비만 따져도 11개 조합이 1년간 납부하는 회비 규모는 무려 6,600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운영협의회 회비 지출내역은 10원도 공개되지 않은 것.

농협 파주시지부는 연도별 결산만 운영협의회에 보고할 뿐 지출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석용 지부장은 “지도규정에 근거해 조합장 운영협의회는 어디나 하도록 돼있다”면서 “운영협의회 지출내역은 감사대상이 아니며 공개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즉, 조합장 협의회는 자체 규정으로 만들어지나 관리·감독받을 근거는 없다는 얘기다.

이어 이 지부장은 “회비는 농정활동이나 농민단체 행사협찬, 식대비 등에 쓰이는데 지역언론 광고비로 상당부분이 지출된다”며 “지출내역은 연도말 결산보고 뒤 폐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출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관해 “여러 파장이 있을 수 있다. 용도를 세세하게 설명하면 내년 조합장 선거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회비는 올해 2분기부터 분기당 20만원으로 감액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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