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설득 못한 채 WTO에 쌀관세화 통보

정부, 국회 보고절차 간신히 마쳐
국회, 고율관세 법제화·농민단체 추천 전문가 협상 동행 요구

  • 입력 2014.10.05 19:31
  • 수정 2014.10.14 12:2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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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쌀 전면 개방을 시행하겠다는 ‘쌀 양허표 수정안’을 지난달 30일 WTO에 제출했다. 당초 정부가 예정한 WTO통보일정은 가까스로 맞췄지만, 국회 보고절차도 마지막 날에야 마무리 했으며, 전국 농민들은 곳곳에서 쌀개방 반대 집회로 울분을 표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위원장 김우남) 현안보고가 끝난 오후 2시를 기점으로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각 ‘WTO에 쌀 양허표 수정안을 제출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 정부는 쌀 관세화 방침부터 관세율까지 일방적 발표로 일관한 끝에 지난달 30일 WTO에 쌀양허표 수정안을 제출했다. 사진은 WTO 통보 하루 전 국회에 출석한 이동필 장관. 한승호 기자

쌀 양허표 수정안에는 ▲쌀 관세율 513% ▲의무수입물량(MMA) 40만8,700톤은 현행대로 5% 관세율로 수입 ▲MMA 국별쿼터(20만5,228톤)를 글로벌쿼터로 전환 ▲MMA 밥쌀용 비중(30%) 등 용도규정 삭제 ▲특별긴급관세(SSG) 적용 등을 명시했다.

WTO 회원국은 우리 정부가 제출한 쌀 양허표 수정안을 공식 회람하고 이후 3개월 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회원국들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우리 정부는 모든 이의가 철회될 때까지 이의제기국과 양자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한편 정부가 계획한 WTO 통보 시한 마지막 날인 30일. 국회 농해수위에선 쌀 관세화 개방은 기정사실화 한 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하루 전에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는 개회선언 10분 만에 국회정상화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의를 이유로 산회되고, 이튿날로 미뤄진 탓이다.

농해수위 의원들은 농식품부의 쌀관세율 현안 보고 이후 ▲관세율 513% ▲MMA 용도규정 삭제 등을 반드시 지키라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이동필 장관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쌀관세화에 대한 우리 조건을 관철하는 데 신명을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세화와 관련된 정부의 독단과 독주에는 의원들 공히 날선 비판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승남 의원은 “사회적 합의 통해 쌀 문제를 결정했다면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고 농민들이 수확 앞둔 벼를 갈아엎겠나”라며 시종일관 독주한 정부에 문제를 지적했다.

같은 당 유성엽 의원은 “정부가 향후 어떤 국제협상에서도 쌀을 양허제외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또 비교적 높은 고율의 관세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법제화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협상단 대표에 농민단체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농민단체 추천 전문가라도 동행해 추진 내용을 상세히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규성 의원은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인상을 촉구했다.

“농촌에서는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을 기준으로 햅쌀 가격이 정해지는데, 올해 우선지급금은 지난해(5만5,000원) 보다 낮은 5만2,000원에 결정한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은 후 “8월 시세의 90%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향후 확정가격에서 환급해 주는 번거로운 일이 벌어지더라도 고정직불금에서 차액을 제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쌀값 안정화 문제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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