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총회를 보면서

  • 입력 2014.10.05 19:00
  • 수정 2014.10.05 19:01
  • 기자명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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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9월 29일부터 3주간 계속되는 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총회와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환경과 생태계에 관한 국제협약 당사국총회 가운데서는 세계 최대규모다. ‘세계최’로 시작하는 단어를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정부의 수준으로 봐서는 이 세계 최대규모의 당사국총회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론 20세기 말부터 전지구적인 문제로 대두된 환경과 생태계의 위기를 생각하면 무시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 이 대회 개최장소를 평창의 알펜시아리조트로 정했을 때부터 우려했던 문제가 있었다. 일단 접근성의 문제였다. 그러나 성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먼길도 달려올 것이라는 믿음을 생각한다면 이런 접근성은 참고 넘어갈 수도 있다. 게다가 이번 당사국 총회로 지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결의된 책임 및 복구에 관한 의정서의 실무작업과 시행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두 번째는 혹 강원도가 이 총회개최를 동계올림픽 준비과정에서의 사전 검토를 위한 리허설 정도로 여기면 어떻게 하나라는 우려였다. 거기다 더해서 생물다양성협약처럼 전세계 모든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있는 총회가 아니라 바이오안전성의정서처럼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재배하는 국가의 농민들, 그걸 먹고 있는 소비자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이것이 마치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해 온 초국적 생명공학기업, 세계 종자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그 기업들의 엄청난 로비가 이루어지는 총회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당사국총회가 이루어진 첫날부터 이런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총회장 건물 내에서 대부분의 행사가 이루어지고 총회장 밖에서는 각국의 다양한 기업과 단체들이 나름의 홍보를 위한 상설공간이 마련되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물건너 갔다. 사유지에서 철조망을 군데군데 쳐놓고 시작한 총회는 다양한 정보를 나누는 곳이라기에는 너무나 열악했다. 총회장에서는 오로지 총회만 이루어지고 그 외 실무 워킹그룹조차도 총회장 밖의 천막에서 회의를 하고 다종다양한 행사-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개발기업들도 이 행사를 통해 자신들을 홍보한다- 역시 총회장을 나와 한참을 걸어가야 나오는 천막에서 이루어졌다. 식사를 해야 하는 야외 식당에서는 일회용 그릇에 음식을 담아 일회용 수저를 제공했으며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나라의 시민사회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기관의 대표단조차도 이 상황에 대해 잇달아 항의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창피한 일이기는 하나 총회의 본질은 아니니 또 참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 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총회가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항상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유전자조작농산물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 왔고 그 캠페인의 꽃은 하루 정해진 날에 총회장 주변에서 행진을 하며 우리들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개최장소는 사람들이 사는 곳과는 동떨어진 스키장이다. 전통처럼 이어져온 이 캠페인을 위한 퍼레이드는 사유지에서의 집회라는 이유로 거부되었다. 물론 이런 당사국총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우리나라에 거의 홍보조차 되지 않았다.

총회장에서는 각국의 정부대표단들이 모여 유전자조작농산물의 확산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유전자조작농산물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미국(심지어 미국은 당사국도 아니다)과 기업들이 끊임없이 다양한 행사를 통해 로비를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자국의 농업과 환경,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총회장에서의 총회와 각종 회의는 이런 각국 정부 대표단들의 노력으로 진행될 것이다. 반면에 그 총회장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은 당연히 주최국의 책임 하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가 우려했던 것들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보여지는 각종 모습들은 그 주최국인 우리나라의 농업, 환경, 생태계에 대한 인식수준을 보여주는 듯하여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우리는 농업, 환경, 생태계가 앞으로 지구에서의 생존에서 얼마나 중요한 문제임을 언제쯤이나 깨달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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