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란같은 살림살이

  • 입력 2014.10.05 16:37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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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국을 좋아한다. 미끈하고 끈적거려 가족들 대부분 좋아하지 않는데 유독 필자만 좋아해 추석이 지나고도 며칠간은 토란국으로 끼니를 때운다. 배 수확을 하려면 아내가 반찬 만드는 손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토란국을 한꺼번에 끓여 놓으려 토란을 캔다. 토란대는 잘라서 따로 말리고 토란은 흙을 떨어내고 간이 저장에 들어간다. 이따금씩 꺼내서 사태나 양짓머리를 넣고 토란국을 끓이련다.

토란은 열대아시아가 원산지란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삼국시대쯤인 것 같다. 스님이 토란을 캐서 담벼락을 만들어 두었다가 흉년이 들었을 때 먹고 살아 남았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토란이 감자나 고구마가 나오기 전에 구황식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흙에서 나오는 달걀이라는 뜻으로 土卵(토란)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이는 토란이 달걀만큼 영양분이 많다는 말일 것이다. 옛날에는 토란을 약으로 썼다. 관절염이나 화상 등에 썼다고 한다. 즘은 건강식품으로 등극했다. 알칼리성이 강해서 산성화된 몸에 좋다는 것이다. 몸의 독을 풀어내고 불면증에도 좋다고 하니 가히 토란이다.

‘알토란같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부실한 데가 없이 옹골차고 단단하거나 살림살이를 규모 있고 알뜰하게 한다’는 말이다. ‘알토란같은 재산을 다 날려버렸다’ 같이 쓰기도 하고 ‘알토란같은 살림살이’ 같이 쓰기도 한다. 이는 토란을 캐어 놓으면 잔뿌리에 흙이 들러붙어 지저분하고 엉망으로 보이지만 이를 다듬고 깍아 놓으면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것 때문일 것이다. 그래선지 농협이나 일반은행에서 금융상품의 이름으로 자주 사용한다. 실제 그 이름을 사용하는 금융상품이 알토란같이 부실하지 않고 옹골찬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데 요즘 나라를 보면 알토란같은 살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라 살림도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들어오는 것은 적고 나가는 것은 많으니 적자예산을 만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으려 별 꼼수를 동원하니 참 말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나라 안에서 충당 가능한 것은 나라 안에서 충당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래야 내수 문제도 풀리고 고용문제도 풀리는 것이다. 그런 것들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먹거리다. 먹거리는 농사에서 나온다. 그런데 외국에서 쌀을 가져오겠다고 농사를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무슨 살림 법인가. 자유무역 협정도 우리정부가 앞장서서 체결하면서 농사를 짓이기고 있다. 나라 안에서 돌고 도는 경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말이고 농업은 그 기초다. 이 땅에 농사가 끝장나면 모든 순환이 단절되는 것이다. 살림살이가 돌지 못하면 정치고 경제고 배설구 없는 세상에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알토란같던 농사를 거덜내고 마는 이 정부, 역사적 책임이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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