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의 토종종자보존운동, 지속가능한 미래 위한 대장정

  • 입력 2014.09.06 17:30
  • 수정 2014.09.06 17:34
  • 기자명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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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최근 해남 간척지에서 풀무치떼 출현을 둘러싸고 웃지 못할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친환경 농업이 마치 병해충을 불러오는 것 같은 논쟁과 더불어 기회는 이때다 싶게 천성산 지율스님에 대한 비난 기사가 신문에 오르내린다. 마치 환경생태주의자들이 생떼쓰기나 묻지마 반대로 심각하게 국가의 이익을 저해하는 집단처럼 호도한다.

천성산 지율스님이 도롱뇽 지킨다고 터널 뚫는 걸 반대했는데 공사 이후 오히려 생태계는 더 좋아졌다고 하면서 환경생태주의자를 공략하는 말을 한다. 이른바 해남의 메뚜기 문제를 보는 시각도 그렇다. 농약을 안치니까 메뚜기가 부화해서 농사를 망친다는데 여전히 친환경 타령이냐는 식이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져야 한다. 그렇다면 친환경을 주장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인가? 개발과 성장의 논리에서 생태와 지속가능성을 주장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왜냐하면 건물을 짓고 터널 뚫는 것은 1년도 안걸리지만 한번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것은 수십년, 아니 수백년을 걸려도 원상태로 복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의 극단적인 예가 종자산업이다. 현재 미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식물종 자원은 무려 65만종이라고 한다. 콩의 경우 4,451품종 중 3,500여종을 한반도에서 수집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콩의 90%를 수입하고 있고 콩 수입량의 90%는 미국산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제 토종씨앗은 거의 없다. 작물을 재배하려면 종묘상을 통해서 씨앗을 사야한다. 내 것을 내가 돈 주고 사야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생태환경의 근본은 어느 시설물이나 품목 하나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땅, 작물과 환경이 서로 연대하여 존재하고 있다. 기본이 연대와 공존이다. 이러한 원리가 깨질 때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전락한다. 씨앗과 땅의 공존을 통해서 작물은 우리에게 가장 최적의 영양분을 공급한다. 획일화된 농업은 생물다양성을 감소시켰다. 종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식량생산과정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한국의 식량주권은 완전히 식민지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씨앗부터 다국적 종묘사에 의지해야만 가능한 농사,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어 리스크에 약해 다국적 기업의 농약(친환경 농약 포함)을 사용해야하고, 비용이 과다하게 드는 농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즉 생산량을 늘리려고 한만큼 비용지출이 높아져야만 농사가 가능하게 전락하고 말았다.

최근 여성농민들은 토종씨앗 사업을 벌리고 있다. 여성농민들의 토종씨앗 사업은 국가의 먹거리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긴 여정이다. 그러나 그 가치가 얼마나 큰지는 다른 나라 사례를 통해서 이미 증명되고 있다.

인도의 여성들이 히말라야 지대 벌목작업이 시작될 때 숲은 물이요 식량이요 생명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시퍼런 도끼날에 맞서 나무를 껴안고 “나무를 자르려거든 그 도끼날로 나를 먼저 치라”고 외치며 벌인 운동을 통해(칩고 안둘란) 산림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칩코운동을 전개했던 사람들이 백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게 되어 인도 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림사업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또한 농산물 종자를 보존하는 나브디냐 운동을 통해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후손을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즉 환경과 생태계는 성장 중심의 가치를 지향하는 남성보다 보호와 연대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여성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에코 페미니즘이 생겨났다. 칩코는 에코 페미니즘의 상징이다. 개발과 성장에 저항하여 삶터, 인류의 미래를 지켜내는 유일한 방법은 이제 여성들에 의해 시작되고 실현될 것이다. 칩코운동을 전개했던 지도자 반디나 시바는 씨앗을 약탈하는 글로벌 기업을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로 규정한다. 그 결과 인도에는 토종종자 보존센터가 생겨서 지속적으로 종 다양성 보존과 자연과 지식의 약탈을 막아내고 있다.

한국의 여성농민들이 시작하는 토종종자보존운동은 한국농업이 아닌 지속가능한 미래의 보장을 위한 대장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로 이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부심과 가치를 주변과 넓게 공유하고 가치를 나누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토종종자보존운동은 단순한 농민운동의 일환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일이다. 이제 여성농민들이 시작한 토종종자보존운동을 식량주권에서 추구해야할 다양한 가치들을 재생산하고 확산하는 작업으로 전 국민의 참여를 유도해야 할 때이다. 여성농민에서 출발하는 미래사회의 지속가능한 생태환경운동 영역,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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